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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shic Record

오, 나의 짝퉁 오, 나의 명품 예전에 유럽의 한 안경 전문브랜드 디렉터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에 결국 거절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한국에서 자기네 제품을 소개하면 카피제품들이 가득 나올 거라는 거였다. 처음 그 답변을 듣고 나는 한국이 중국도 아닌데 얘네 왜 이래, 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국 내 위조사업에 대한 관련 자료를 서칭해보니 그 영향이 어마어마하더라. 으레 우리끼리 중국을 두고 짝퉁나라라며 비난하고 나서지만 정작 근래까지 전세계 불법위조국 3위 이내에 매년마다 등수를 차지해야 했다. 하물며 중국을 제치고 1위를 하기도 했으니까. 이노베이션, 이노베이션 외치며 수출강국 자랑하는 대한민국답게 실제 위조제품 수출도 일류급이라 중국과 맞짱 뜰 수준인데 물량이 현저히 적음에도 불구하고 밀반입 수출액이 높은 이.. 더보기
WNDERKAMMER 신혜영, 인터뷰 첫 인터뷰를 가졌던 WNDERKAMMER 디자이너 신혜영과 설 연휴를 앞두고 2013년 다시 만남을 가졌다. 2년 전 우리가 이 맘 즈음 한 차례 더 인터뷰를 하자던 약속을 서로 지킨 셈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간 분더캄머의 지난 변화들을 함께 돌아볼 수 있었다. 분더캄머 신혜영과의 담담하고 솔직한 대화들을 여기, 가볍게 풀어 놓아본다. 분더캄머(WNDERKAMMER)를 런칭한 지 이제 얼마나 되었나 거의 3년 가량 되었다. 정확히 3년이 되기까지 두 달 가량 남았다. 오늘 인터뷰를 하기 전 우리가 2년 전 즈음 첫 인터뷰를 했던 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당시 내 첫 인터뷰이기도 했고 신혜영 디자이너가 본인의 사업자를 낸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을 즈음이었다. 감회가 새롭다 시간이 벌써 그리 흘렀나. 서.. 더보기
Jiwon Oh 작년 여름, 처음 오지원의 사진들을 보았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일상의 풍경들을 사진 속에 일기처럼 꼬박꼬박 눌러 담을 수 있나. 원색적인 색채 속에 빈티지하거나 자연적인 오브제 그리고 소녀들을 담은 그의 사진들을 읽을 때 편안하면서도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어린 여성(작가의 주변 친구들)의 성적 표상이 드러나는 사진들마저도 결국 원초적인 세계 속으로 밀어 넣어지게 되는데 결국 그마저도 편안하게 읽힌다. 다작을 하는 그의 사진들은 대부분 제주도에서 촬영된 것들이다. 올 해 여름, 정해진 제주도 여행길이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 나도 카메라를 들고 구석구석, 달려가고, 싶어진다. 보내는 편지 제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2010년 겨울, 방학을 맞아 내려간 제주도 집에서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발견하고부터였.. 더보기
JEHEE SHEEN 2013 AW JEHEE SHEEN의 2013 AW 컬렉션 'Be Silent'의 룩북에선 지난 시즌들보다 무겁고 음울한 분위기를 풍긴다. 근현대 미국 흑백 영화에 등장할 법한 도시 근교의 사립탐정을 연상시키는 보이지 않은 얼굴의 남자는 여러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번 컬렉션에선 와이드한 플로피햇(Floppy Hat) 길게 내려 선 트렌치 코트와 정교하게 커팅된 블레이저 그리고 테이퍼 팬츠 등이 눈에 띈다. 지난 동양적 성격이 강했던 컬렉션들에 반해 이번 컬렉션은 모던하면서도 서양적인 성격이 강하게 느껴진다.디자이너 신재희의 근간의 작업들은 늘 흥미를 끌게 만든다.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한 철학적 사유가 끌어 온 이미지들은 조용하지만 늘 무겁게 다가온다. 늘 읽을 거리가 많은, 그만큼 사람들에게 얘기할 거리가 많은.. 더보기
정호진, 월몰(Moonset) 십대 시절, 홀로 프랑스로 떠난 정호진은 한국에서의 일반적인 디자이너 코스를 밟지 않았다. 2004 년, 독학으로 파리와 홍콩에서 “Dans la rue” Exposition 전시를 시작으로 패션 현장을 향해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이후 2009년 Academie Internation Coupe de Paris를 졸업한다) 마르지엘라, 까샤렐, 에르메스 맞춤복 아뜰리에 Camps de luca를 거쳐 현재 샤넬에서 일하는 중이다. Yjk danceproject 그리고 Marcus Groelle와 함께 작업했고 현재 ldp 무용단의 안무가 김판선 분의 신작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지난 2012년, 그는 컬렉션 Moonset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거식증 등 악순환 되는 병을 끌어 안고 수작.. 더보기
PERDRE HALEINE 13AW "SNOW DROP" PERDRE HALEINE 13AW SNOW DROP (2013년 1월 31일 작성) 분명 무거운 늬앙스일텐데 그럼에도 가볍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뚜렷하다. 굳이 어떠한 이야기를 떠올리고 싶지 않다. 노랗고 두터운 질감의2013 SS 시즌 룩북을 손에 쥔 채 그렇게 한참 옷 하나하나를 유심히 훑었다. 페르드르 알렌느(PERDRE HALEINE)의 룩북이었다. 처음 이 브랜드에 대해 소개를 받은 건 셀렉트샵이자 패션 에이전시인 Peple Of Taste(이하 POT)에서 근무하는 영업 담당자 친구를 통해서였다. 우리 둘은 몇 해 전 함께 일했던 지난 얘기들을 나누며 국내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신규브랜드들의 등장과 그들 방향에 대한 기대감과 회의감 그리고 그에 관련한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에 대해 얘길 .. 더보기
한국에서 디자인하기 - "사업을 디자인하다" 한국에서 디자인하기 - "사업을 디자인하다" 네가 하면 나도 한다 몇 해 사이 국내엔 많은 패션브랜드가 생겨 났다. 지금도 기업뿐 아니라 학교를 갓 졸업하고선 소규모 브랜드를 런칭하여 달려드는 이들 또한 상당하다. 젊은 가능성들이 새로운 미래를 희망하며 직구를 던지는 모습에 우리 모두 박수를 쳐야만 한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함도 느껴진다. 문 앞에 걸리는 자석 달린 요식업체들의 협업 광고책자를 한 번 즈음 보았을 것이다. 유독 요즘 현관 문 손잡이에 책자가 자주 걸리는데 책자를 열어보니 한 동네에 위치한 동종 업체들이 열 댓 개가 넘더라. 또 집에서 회사로 향하는 길엔 편의점이 세 개나 된다. (심지어 두 개 점포는 같은 체인이다!) 아마 한국만큼 한 동네에 치킨, 피자 전문점 혹은 편의점이 열 댓 개가.. 더보기
YOKOE 2009-10 AW / "한 때 내 시선을 앗았던" YOKOE 2009-10 AW / "한 때 내 시선을 앗았던" (2013년 1월 28일 작성) 지난 주 나는 다시 취직 아닌 취직을 하게 되었다. 전에 다니던 패션문화 매거진을 다루는 회사에 다시 불려 갔다. 익숙한 일이 되었지만 다시 인터뷰나 취재, 기사를 쓰려니 반 년 가까이 쉬어 조금은 적응하기가 어려웠다.(하물며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여전히 쉽지가 않다. 그만큼 나태해졌나!) 누구와 올 해 첫 인터뷰를 시작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차에 마침 부산에서 활동하는 CONTRA B 디자이너 정연제가 서울에 출장차 올라와 냉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무래도 편한 상대가 좋겠다 싶었다. 헌데 막상 서로 인터뷰를 시작하고 보니 아차 싶었다. 아, 되려 민망한 거다. 그래도 십 여 분 정도 시간이 지날수록 제대로.. 더보기
ACNE MEN'S Fall 2013 조니 요한슨의 ACNE 2014 FW 컬렉션이 파리에서 첫 선을 보였다. 요한슨은 19세기 복식들을 재해석하여 현대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전형적인 특징 속에 예상치 못한 컬러를 교묘하게 배치하였다. 길게 내려 선 무릎 위까지 내려오는 와이셔츠를 적극 활용하였는데, 인상적인 아크네만의 무드를 만듦에도 불구하고 웨어러블한 인상을 남겼다. 역시 올 해에도 조니 요한슨은 패션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모든 기본을 제시하는데 성공했다 말할 수 있겠다.명불허전, 아크네는 역시 아크네다. 더보기
PETER JENSEN <tippi> Resort 2013 PETER JENSEN Resort 2013 (2013년 2월 2일 작성) 간결하게 표현된 토끼얼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패턴프린팅이나 실루엣을 소품 등에 새기는 걸로 유명한 피터 옌슨(Peter Jensen)은 그 밖에 여러모로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 디자이너이다. 매년 그의 뮤즈를 모티브로 작업하여 그들의 이름을 컬렉션에 새긴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국내에 많지 않다. 2002년 첫 봄, 여름 컬렉션을 시작으로 수많은 뮤즈들을 통해 영감을 얻어 온 피터 옌슨은 이번 시즌에서 과거 1세대 모델이자 배우였던 티피 헤드렌(Tippi Hedren)을 뮤즈로 삼았다. 피터 옌슨의 컬렉션은 옛 뮤즈들의 지난 인상들을 재현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이번 글에서는 2013년 그의 컬렉션이 녹여 낸 뮤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