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죽음

욕망의 삶 삶을 사는 법, 이랄까. 사실 삶을 산다는 것은 이 법칙을 세워 지켜 나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로 다른 세계를 가진 사람들이 끊임없이 시간을 갉아먹으며 죽음으로 나아가는 것. 그 시간을 어떠한 방식으로 버티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얻는 것. 그게 우리가 산다는 것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연옥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천국의 풍경 속에 규율과 법칙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무정부주의, 무법칙, 무절제. 규율과 법칙의 존재는 생의 안정적 지속을 위한 공동환상이다.(따라서 천국 세계에서도 죽을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면 이를 위한 환상법칙이 존재할 것이다) 어쨌든 그러한 전제가 배제된 사후세계라면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아마 그 세계는 욕망의 향연으로 가득찬 세계가 아닐까 상상.. 더보기
A의 꿈과 아버지 이야기 #1 너는 꿈을 꾼다. 너는 꿈에서 오래 전 돌아가신 어머니와 오랜 시간 아버지가 기르다 사고로 죽은 강아지 J를 만난다. 한낮, 서울 외곽의 한적하고 푸근한 동네. 경사진 길목 한 모퉁이에 그들이 있다. 너는 어머니와 강아지 J를 데리고 작은 중화요리점으로 발길을 옮긴다. 음식을 주문한 뒤 너는 둘을 관찰한다. 강아지 J는 살아생전과 달리 굉장히 얌전했는데 장난기와 호기심 가득한 두 눈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죽기 전까지 치료하지 못했던 백내장 걸린 희멀건하던 왼쪽 눈은 고운 갈색 눈동자다. 어머니는 화장기 없는 얼굴, 적당히 곱슬진 긴 머리를 가볍게 어깨 아래로 내린 모습이다. 부드러운 회색 가디건과 원피스 차림. 네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때보다 좀 더 젊은 시절의 모습이다. 너의 어머니는 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