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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월 00일을 기록

A의 꿈과 아버지 이야기


#1
  너는 꿈을 꾼다. 너는 꿈에서 오래 전 돌아가신 어머니와 오랜 시간 아버지가 기르다 사고로 죽은 강아지 J를 만난다. 한낮, 서울 외곽의 한적하고 푸근한 동네. 경사진 길목 한 모퉁이에 그들이 있다. 너는 어머니와 강아지 J를 데리고 작은 중화요리점으로 발길을 옮긴다. 음식을 주문한 뒤 너는 둘을 관찰한다. 강아지 J는 살아생전과 달리 굉장히 얌전했는데 장난기와 호기심 가득한 두 눈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죽기 전까지 치료하지 못했던 백내장 걸린 희멀건하던 왼쪽 눈은 고운 갈색 눈동자다. 어머니는 화장기 없는 얼굴, 적당히 곱슬진 긴 머리를 가볍게 어깨 아래로 내린 모습이다. 부드러운 회색 가디건과 원피스 차림. 네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때보다 좀 더 젊은 시절의 모습이다. 너의 어머니는 여전히 아름답다.

  너의 어머니와 강아지 J는 서로 이미 가까워진 사이인 듯하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몇 해 지나고서야 키우게 된 강아지 J와는 살아생전 인연이 없었다. 너는 소위 말하는 저승에서 만나 가까워졌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너에게 말한다. 우리 이참에 식당 하나를 열까? 식당을 해보고 싶네. 너는 식당을 하는 것에 대해선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또, 어머니가 식당에서 일을 하는 모습은 상상이 가질 않는다. 하지만 어머니와 이런 얘길 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고 재밌다. 아버지는 무어라 대답할까.

#2
  너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아버지에게 꿈에 대한 얘기를 잊지 않기 위해 문자를 보냈다. 평소처럼 출근을 하고 점심을 먹고 일을 한다. 그리고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온다. 아버지 목소리는 취기가 돌아 있다. 그는 너에게 말한다. J가 조용히 후진하던 트럭 뒷바퀴에 몸이 으스러지는 순간을 나는 보았다. J는 나이가 들어 귀도 좋질 않았고 한쪽 눈이 보이질 않아 차를 보질 못했겠지. 차가 J의 몸을 흔드는 순간 나는 급히 달려갔다. 아직 고놈이 숨이 붙어 있었는데 입에서 피를 토하고 있었고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몰랐던 거다. 네 엄마가 죽기 전 차에 치여 죽고 싶다 몇 번이고 말했는데 결국 차 위에서 죽었지. 그런데 내 예감에 J는 네 엄마가 환생해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던 거야. 그런데 가여운 그것이 네 엄만지 몰랐다. J도 결국 내가 보는 앞에서 그렇게 죽었다. 아으으. 나는 이젠 너무 헷갈린다. 지금 내가 분명하게 살고 있는건가. 이 세계는 도대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