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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월 00일을 기록

어둠 속에 달력 어느덧 2015년이다. 앗, 하는 틈에 1월 12일.지난 주말에는 친구들 그리고 여자친구와 함께 조촐한 신년회를 이태원에서 가졌다. 기승전클럽이었고 시작부터 웃음소리로 가득 마음을 채웠다.모처럼 마음이 편해지는 자리였다. 새해를 맞이하기 전부터 불면증이 시작되었고 어둠이 잦아들 저녁 무렵부턴 생각이 가득 쌓여 좀처럼 마음 편히 잠에 들기가 어려웠는데 이날 저녁 친구들 웃는 얼굴 눈에 가득 새기며 오늘 밤에는 잠이 잘 오겠다, 생각했다.새벽녘 갑작스레 여자친구와 한바탕 다투고선 다음날 아침부터 서로 미워, 좋아해 등등으로 투닥거리다 서로 달래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면서 짧고도 긴 이틀간에 주말을 마무리했다.일요일 저녁 여자친구와 통화를 끝낸 후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 잠을 청했다. 머릿속을 다시 헤매기 시작.. 더보기
유년 시절, 아버지 그리고 프리랜서 ​ 몇 해가 지나도 다들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또, 뭘로 돈을 벌고 있는지 모른다. 심지어 우리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를 내리지 못하신다. 그런데, 나도 어린 시절 아버지 직업을 쓰는 란에 뭐라고 써야할 지 몰라 항상 난감했다는 사실을 아버지는 아실까. 아버지는 늘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셨다. 초등학교 5학년 즈음인가. 학생기록부에 반영할 부모님에 관한 정보에 아버지 직업에 대해 이렇게 한글로 또박또박 써넣었던 걸로 기억한다. 라고 말이다. 더보기
The Haunted House (유령의 집) 어두운 밤길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은 곳에 어슴프레 보이는 형체, 불빛이 꺼진 방 안에 혼자 누워 벽면이나 모퉁이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 귀신이든 유령이든 실체가 모호한 건 늘 두렵다. 하지만 가장 두려움은 보이지 않는 시선에 더하는 나의 '상상'이다. 나는 유년 시절, 악몽을 자주 꿨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늙은 마녀들이 고깔모자를 쓰고 하늘을 날아 나를 쫓거나, 형태가 모호한 잼 덩어리 같은 괴물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선 날 에워싸기도 했다.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얼굴 없는 사람들이 검은 빌딩 틈새로 나를 벼랑 끝으로 몰기도 했다. 하지만 하얀 소복을 입은 처녀 귀신 등 우리가 귀신을 떠올릴 때 쉽게 연상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꿈에서 본 일이 없었다. 왜 나는 '한국형 귀신'을 볼 수 없었을까. 개.. 더보기
시대유감 (時代遺憾) 빅데이터 시대, 지난 2013년 한 IT 저널에서는 하루 중 쌓이는 데이터 양이 지난 인류의 5,000년 역사의 양과 동일하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거대한 정보를 쌓으며 비대하져 가고 있다. 정보는 넘치고 삶은 보다 빨라진다. 매체에선 '여유 있게 살라' 외치지만 실상은 '더욱 가속하라' 부추긴다. 느린 것은 실패이고, 빠른 것이 보통이다. 나와 당신의 만남 또한 마찬가지. 짧은 시간 연소하는 감정을 천천히 피어 올리기도 전 우리는 서로를 일반화된 특징들을 읽고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너와 내가 계속 관계할 것인지, 멈출 것인지. 작년 한재림 감독의 영화 '관상'이 900만 명을 돌파하며 적잖은 인기를 누렸다. 관상은 사전적 의미로 '수명이나 운명 따위와 관련이 있다고 믿는 사람의.. 더보기
흑백 다방 그리고 서른 이제 서른이다. 한국 사람들은 태어나자마자 일 년을 더해 먹는다고, 실 나이야 아직 꽉 차진 못했다지만 그래도 서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진해 흑백 다방이 계속 생각난다. 내 스무 살의 삶을 꾹꾹 눌러 담았던 그곳이 내 시작이었고, 배움터였고, 선생님이었다. 유택렬 화백의 딸 경아 누나는 흑백다방을 지키려 유학 중 학업을 파하고 돌아와 베토벤을 온몸으로 토했다. 병배 선배와 인희 선배는 이십대 끝 자락에 서서 연극판 위로 몸을 불태우다 저녁 무렵이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갔다. 건너 편 옷을 하는 수경 누나는 내게 발터 벤야민과 장 보드리야르를 알려 주었고, 유병철 연출 선생은 그곳에서 내게 연극을 가르쳤다. 기찻길 건너 마트 사장은 배가 고파 라면을 훔치던 내게 삼양라면 한 박스를 주었다. 월 십사만 원에.. 더보기
모험(冒險)에 대하여 어릴 적부터 닐스의 모험, 짱구의 모험, 신밧드의 7대 모험 등등 무슨 만화영화부터 동화에 이르기까지 모험 대소동이다. 절대 체득되지 않을 모험이라는 명사는 그렇게 막연한 모험극들로 생의 시작점부터 점 하나 콕, 더 찍고 시작되었다. 모험 속에서 주인공은 위기의 순간은 극적인 기지와 의협심, 용기와 현명함으로 극복한다. 우리 모두 그 극적인(드라마틱한) 생의 연출을 믿고, 성장한다. 미디어는 모험을 긍정적으로 만들었다. 그 사전적 의미가 어떠하든, 어쩌면 우리가 그 무릅써야할 괴로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요구당한 것이라면 -그 의도가 존재하건 아니건 상관없이- 모험에 대한 인상보다 미디어 그 자체가 나는 더 무섭다. 더보기
덕수궁 돌담길에서 멀지 않은 과거, 덕수궁 뒷담을 아우르던 골목골목엔 가난한 살림과 가게들이 이어져 있었다. 지금은 커다란 빌딩에 밀려난 지난 덕수궁 돌담길에는 시인과 예술가들이 공화국 시절 통금시간을 피해 소주잔에 정치와 폭력 그리고 이데올로기와 예술을 안주 삼아 그들 삶을 담배연기와 함께 태웠던 술집이 하나 있었는데 돈 없는 그들의 외상값이 쌓인 것만 몇 십년 동안 수천만원씩이나 쌓였다고 들었다. (그 술집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2000년대 중반 무렵, 옛 거리들은 모두 철거되었고 지금은 커다란 빌딩들로 채워져 그 흔적 모두 사라지고 없다. 예상치 않게 그 술집이 있던 골목을 지났는데 예전 그 신문기사를 본 기억이 나 가슴이 먹먹해졌다. 지금 그 술집 주인 분은 무얼 하고 있으며 또, 그 술.. 더보기
머핀들 1. 일하던 중 밤늦게 찾아 온 머핀들. 사실 태어나 서른 가까이 머핀을 먹어 본 일이 거의 없었다. 밀도가 높은 빵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 탓이 큰 탓일까. 특히 요즘엔 다채로운 색상과 모양의 머핀전문점이 많이 생겨나는데 간혹 가게 앞 진열대에 놓인 모습을 보면 마치 장난감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머핀(컵 케이크)의 정확한 유래는 모르겠지만 본래 실크로드를 통해 가져 온 중국 호떡이(아마도 레시피일 듯하다) 유럽으로 건너 와 영국에서 발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 2.여기서 저기로, 전혀 예상치 못한 기저에서부터 존재가 피어오른다. 머핀은 그렇게 중국을 넘어 유럽으로 그리고 다시 서울 어딘가에 박혀 하나씩 사람들 손에 쥐어진다. 사실, 지독하게 낯선 것인데도 말이다. 더보기
소세지를 닮은 시간 몇 일 전, 집에서 홀로 삭발을 했다. 제대로 깎이지 않은 부분들이 괴이한 실벌레처럼 비죽거렸다. 짧지 않은 머리칼이 이내 바닥에 널부러졌고 나는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았다. 지난 몇 해 전에도 몇 차례 삭발을 했었다. 보기에 나쁘지 않아 시도한 삭발이었는데, 이젠 나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흉물스럽고 괴이한 꼴이다.' 나는 내가 나 자신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데에 놀랐다. 아니, 솔직한 감상에 대해 놀랐달까. 왜 나는 삭발을 했는가. 생각해보면 딱히 분명한 단서가 나 스스로도 제공되지 않는다. 어쩌면 잊고 있던 부토舞踏 에 대한 상을 심정민의 지난 무용평론 그리고 프랑스에서 개인 작업을 해내고 있는 한 친구를 통해 다시 떠올리게 된 탓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순전히 형이상학적 세계로 나아가길 .. 더보기
욕망의 삶 삶을 사는 법, 이랄까. 사실 삶을 산다는 것은 이 법칙을 세워 지켜 나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로 다른 세계를 가진 사람들이 끊임없이 시간을 갉아먹으며 죽음으로 나아가는 것. 그 시간을 어떠한 방식으로 버티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얻는 것. 그게 우리가 산다는 것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연옥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천국의 풍경 속에 규율과 법칙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무정부주의, 무법칙, 무절제. 규율과 법칙의 존재는 생의 안정적 지속을 위한 공동환상이다.(따라서 천국 세계에서도 죽을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면 이를 위한 환상법칙이 존재할 것이다) 어쨌든 그러한 전제가 배제된 사후세계라면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아마 그 세계는 욕망의 향연으로 가득찬 세계가 아닐까 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