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00월 00일을 기록

가벼워지는 시간 1. 작년 패션비즈 온라인 기사 중에 새롭게 문을 열게 된 편집매장 등을 다룬 것이 있었다. 그 중 LIE에 대해 짧막하게 소개한 내용이 있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도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한창 편집매장 등이 앞다퉈 생겨나기 시작한 작은 변화기였고 내 눈엔 LIE도 그 중 하나일 뿐이었으니까. 그러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LMMM의 디자이너 친구들이 입점을 하게 된 곳이 있다며 이 편집매장엘 함께 찾아가게 되었다. 대표 박보라 씨랑 그 날 그렇게 처음 만났다. 고만고만하게 인사를 서로 나눴고 사실 서로 신경쓰지도 않은 채 헤어졌던 걸로 기억한다. 2. 지금 박보라 씨는 반쯤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서교동서 미팅이 있거나 개인적인 약속이 있으면 으레 당연한 것처럼 LIE엘 찾아간다. 큰 금액은 .. 더보기
BROKEN HEART 0.감정을 복부를 통해 느낀다는 학설을 제기했던 서양의 어떤 학자가 떠오른다. 배를 통해 희노애락을 느낀다니. 장 그노스의 "인간과 사물의 기원"이란 책에선 인간의 의사소통을 청각적 언어신호가 아닌 냄새를 이용한 후각으로 이뤄질 수 있었을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19세기 말엽, 증기터빈의 발달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면 현재 또다른 에너지 개발군을 중심으로 발전된 산업형태를 보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1. 요즘 들어 익숙한 세계에 계속 붙들려 있는 것만 같다. 한창 연극을 배울 적, 선배는 연습실에 들어설 때마다 새롭게 느끼라고 했다. 더 이상 낯설게 느끼지 못하고 익숙해지는 순간, 배우의 세계는 무너진다고 했다. 무언가를 새롭게 만드는 이들의 세계가 그렇다. 낯선 세계로부터 벗어나면 안 된다. 2. .. 더보기
가정假定에 의한 과거 조각 가정假定에 의한 과거 조각 - 거짓말 1 나는 한동안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해 무관심했다. 사람이 아닌 동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살아있지 않은 무생물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다. 너무 관심이 없어서 관심이 있는 척해야만 했다. 나는 범주를 따지지 않고 있는대로 읽거나 경험했다. 내가 무얼 관심을 가지고 무얼 잘하고 무얼 사랑할 수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다. (어쩌면) 서로 다른 범주들을 연결 짓는 걸 '좋아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십 대의 중반을 넘어서기까지 난 계속 상황이 닿는대로 다른 일자리를 찾아 다녔고 서로 성격과 환경, 상황이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몇몇의 내 성격과 행동을 특정하고 어떤 사람인지를 행동해야 했다. 가까이 있는 누군가 혹은 드라마나 영화 .. 더보기
렌즈에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 오늘 회사 사람들과 밥을 먹다 전자렌지 얘기가 나왔다. 새 전자렌지가 요즘엔 저렴하게는 6, 7 만원이면 살 수 있다니. 지구 위에 공장이 들어선 지 대략 200 년 가까이 되었나. 의복이 대량 생산되고 식료품도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는 요즘, 애초부터 공정을 통해 생산된 기본적인 가전제품은 해가 갈수록 가격이 저렴해지고 있다.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한국의 최초 사진가라는 타이틀로 알려졌던 김석배(88세) 선생님을 만났다. 1930 년대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이는 몇 되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유럽, 미국의 경우도 1970 년대까지 카메라라는 것은 그리 대중화되지도 못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물건은 아니었다. (하물며 예술사진에 대한 담론이 깊이 있게 오간 것은 - 앵그르.. 더보기
발렌타인 데이 발렌타인데이, 호성이는 다슬이에게 수제초콜릿을 선물받았다 예진, 연경, 선우, 호성, 다슬 늦저녁, 동대문 골목 안 소곱창구이 식당에서 더보기
QUANTEZ QUANTEZ의 반지는 속을 파내지 않고 형을 그대로 따내어 완성한다. 보통 반지의 부피가 커질 경우 내부를 파내어 가볍게 만드는 것과 차이가 있다. 사실 후자의 경우, 실제 사용되는 은의 사용을 줄일 수도 있고 무게도 줄이게 된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실제 부피와 질량을 비교할 때 가격대가 착하지 않거나, 묵직한 질감에서 오는 가치가 다소 떨어지는 단점 또한 있다. QUANTEZ의 제품들은 디자이너 김범수가 직접 핸드메이드 세공으로 완성되는데, 디테일한 라인이나 표현에 있어서 동일 가격대 군에서 쉽사리 구매하기 힘들만큼 정교하다. 몇 해 전, 군 제대 후 첫 직장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나는 이랜드의 실버쥬얼리 CLUE의 매니저를 맡게 되었다. 한 달에 한 차례씩 테마를 정해 다양한 소재- 주로 화.. 더보기
1, 2, 3 1. 디자이너그룹은 이번에 모 연예기획사와 제휴를 맺으며, 디자이너그룹에 입점된 디자이너 제품들을 활용해 소속 연예인과 함께 룩북 및 디매거진에서의 화보 촬영을 함께 진행 2. 입점 디자이너들에겐 포트폴리오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촬영 대행 서비스를 지원 3. 2012 년 1 월 중순 경, DGDM(디자이너그룹, 디매거진)에서의 온라인 룩북 촬영 및 화보 촬영 -> NO I AM(http://www.noiam.kr/)의 철호 형과 태은 커플의 스타일링 프로젝트 더보기
LOST & FOUND 평소 FITBOW가 한국 내 사회문화에 대한 철학적(혹은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특정 프로그램을 제안하거나, 의상 자체에 적용시키는 방식이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스토리텔링에 능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또 아이덴티티가 뚜렷하고 몇 가지 라인으로 구분되어 있어 저렴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적절한 가격대의 제품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그만큼 재단이나 봉제 그리고 원단과 부자재에 대한 고집스런 꼼꼼함이 보여지고 타겟층이 20대 중후반에서 30대이기에 (요즘 생각엔 4, 50대도 거뜬할 것) 사실 왠만한 직장인 남자라면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니다. (되려, 타임 옴므라던가 시스템 등의 제일모직 브랜드 가격대를 생각해보라) 아무튼, 그런 FITBOW가, 몇 해 전부터 L&F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참여하진.. 더보기
낡은 것들이 쌓이는 곳에 모임에 참석하기 전, 나는 동묘시장엘 잠시 들렀다. 그 전날 퇴근 후 장이 물러설 즈음 들렀었는데 오래된 갈색 플레인 윙팁 슈즈를 봐둔 것이 있었다. 구매하지 않고 꾸욱 참았는데, 계속 생각이 나서 다시 찾은 거였다. 그런데 막상 작정하고 사려니 보이질 않았다. 장터에 전날 판을 열었던 아저씨가 이 날 나오지 않은 거였다. 대신 다른 사람이 열어놓은 판이 있었다. 연식을 가늠하기 힘든 발렌시아가 검정 구두가 이 만원, 이탈리아 핸드메이드라 아웃솔 허리에 쓰여진 남색 스웨이드 옥스퍼드 슈즈가 일 만원. 어, 괜찮잖아? 마침 사이즈마저 꼭 맞는 남색 스웨이드 옥스퍼드화를 구매한 나는 곧장 신고 있던 운동화를 배낭에 집어넣고 대신 갓 구매한 새것 같은 그 녀석을 착용했다. 이 날, 디매거진의 이름을 빌린 모임.. 더보기
토해내기, 우웩 가속도가 더해진 질량과 중력 사이의 관계 속에서 내 마음이 놓인 곳은 어디쯤인가. 어찌 되었건 나는 이미 세상을 향해 날아갔다. 차라리 화살처럼, 이었다면 한 방향으로 곧게 나아갔을 텐데 나라는 인간의 질량은 다연발 화살 혹은 대전차 미사일 신관 속에 자리 잡은 구슬 알맹이들처럼 사방으로 날아갔다. 목표물이 어디 즈음인지 가늠하지 못하는 인생의 단면 속에서 탄착점은 지휘계통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연과 즉흥성 속에서 조준되었다. 마냥 아직 젊고 어리다고 스스로 자위하며 몇 해 씩 이십대 청춘을 버텨냈는데 어느 덧, 이십대의 8할을 내 인생에 새겨 버리고 말았다. 우리들 각자의 몸엔 보이지 않는 문신이 있다. 한 해 씩 한 달 씩 하루만큼 일초에 하나씩, 그렇게 쌓인 기억의 파편들이 눈의 깊숙한 언저리에 새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