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00월 00일을 기록

8월 30일, "외로운 세계를 회복하는 힘은 역시, 예술이야" 외로운 세계를 회복하는 힘은 역시, 예술이야어떤 예술칼럼니스트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예술은 결국 하나의 쓸모 없는 덩어리. 그러니까 뭔가 세상에서 필연적인 형태의 것이 아니라,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식의 글을 썼다. 그것이 제법 설득력이 있어 한동안 머리에 잠겨 있었다. 세상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참으로 신기한 것이 있다. 그건 사람들이 어떤 입장에 견주어 인용이나 주석을 달고 하나의 현상이 다음 현상을 낳게 될 적에 어떠한 결과로 빠져든다, 뭐 이런 글을 쓰게 되면 서로 대치되는 입장에 처한 글이라도 납득이 가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특히, 이건 글 뿐만 아니라 말을 통해서도 그렇다. 때로는 단순히 어떤 이미지 하나만을 두고서도 어떤 뚜렷한 결과를 떠올려 보기도 한다. 이번에 강영민 작가 분을 .. 더보기
8월 28일, "바람난 오리집에서 바람난 마음" 바람난 오리집에서 바람난 마음 일요일엔 되도록 약속을 꺼리는 내가, 취재도 나가고 옥수현 덕분에 의정부까지 나선다. 오후 두, 세시 즈음 YOKOE의 김선욱 실장을 만나 짧은 인터뷰를 끝내고 곧장 의정부로 향한다. 수현이 아버님이 맛있는 저녁을 사신다 하셨기 때문이었다. 의정부역 앞 큰 길 사거리에서 수현이를 만나 수현이 아버님 친구 분이 운영하시는 카센터로 향한다. 아버님은 거기서 친구 분과 얘길 하고 계셨다. 우린 곧장 차를 타고 교외로 벗어났는데, 군데군데 오리농장이라던가, 오리가든, 식당 등의 간판이 눈에 띈다. 아마 이 동네가 오리요리로 유명한가보다. 처음엔 제법 먼 거리까지 나서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지만 막상 서울 벗어나니 좀 숨도 트이고, 수현이랑 아버님 만나 이런 저런 얘기 하는 것도 즐.. 더보기
8월 20일, "미시령에 새긴 흔적" 내가 처음 미시령 고갯길을 넘어가기 위해 톨게이트 앞에 멈춘 것은 2007년, 겨울의 일이었다. 그때 나는 50cc 스쿠터 한 대를 끌고선 울산에서 7번 국도를 타고 무작정 속초를 향해 달렸다. 달리다 졸음이 쏟아지면 찜질방엘 들어갔고, 빵이나 라면으로 배를 채웠다. 지갑엔 정확히 현금 10만원이 있었다. 지도를 펼치면 한국이란 나라에서 내가 선 위치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그 작은 대한민국도, 내가 서기엔 너무 거대해보였다. 영덕을 지날 때 바다에 물린 국립공원으로 잠시 들어섰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였다. 검정색에 레자로 된 보스턴백과 담요 두 장이 위태롭게 스쿠터 엉덩이에 걸쳐져 있었는데, 화장실을 들어설 때 즈음엔 항상 시야에서 벗어난 채로 내버려두기 곤란했다. 몇번은 두고 왔고 또 몇차례는 짐.. 더보기
8월 6일, "낯선 순간과 보편성 그리고 생일에 대한 단상" 낯선 순간과 보편성 그리고 생일에 대한 단상 낯선 순간과 보편성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내가, 함께 한다는 것은 참 오랜만의 일이었다. 정작 알게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형의 생일이었고 나는 우연히 생일소식을 접했던 그 날, 그렇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낯선 사람들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 처음 보는 낯선 이름의 막걸리를 마셨고, 낯선 이름을 익혔고, 낯선 얼굴들을 마주하며, 낯선 공기 속에서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나는 이 순간이 익숙한 세계로 변하기를 기다리며 말을 걸고, 얘기를 하고 또, 들어야만 했다. 대부분 모든 이들의 만남이 그렇듯 나도 별 다를 바 없이 그렇게 시작한다. 그러면서 타인과 나의 거리를 재기도 하고, 나와 너의 공통된 접점을 찾기도 하고, 나는 사실 알고 보면 이런 사.. 더보기
8월 5일, "상처를 그리고 쓰는 것에 대해" 상처를 그리고 쓰는 것에 대해 임윤미 작가의 블로그 몇 차례 기웃거리다 몇 번 댓글로 주고 받았던 농담에 보내주었던 작고 앙증맞은 일러스트집 Fantastic Camp. 사실 받은 뒤 곧장 무어 보답을 해줘야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실천에 옮기질 못하고 있다. 문득 삽화가 겻들여진 그림동화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번 홍대 카페 텔레비전에서 어떤 개인 창작자가 글과 삽화를 쓰고 그린 작은 그림동화를 팔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 동화란 것은 굉장한 매력이 있다. 종이의 질감, 잉크가 베인 그 냄새 사이로 한 사람의 유년 시절의 단면이 단단하게 녹아 있다. 동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결국 타인이나 현재의 유아가 아닌 스스로의 생의 시작점으로의 .. 더보기
8월 4일, "지구 밖으로" 지구 밖으로 사실 살면서 하루 중에 하늘을 그리 올려다보지 않은 날은 없었다. 혼자 밖에서 담배를 필 적 시선이 그닥 닿을 곳이 없었으니까. 고개를 자주 떨구면 패배자라느니, 보기 좋지 않다는 얘기를 언젠가 들은 후부터는 유독 신경이 쓰이기도 했던 것 같다. 한번은 이런 생각도 들었다. 오히려 세상을 군림하는 지배자는 늘 높은 곳에서 아래를 쳐다보니 고개 숙인 자가 되려 당당하고, 고개를 하늘로 치켜드는 자는 아직 보다 더 높이 올라야 할 욕망의 언덕이 있으니 언제나 목마르고 부족하리라는 식으로 말이다. 결국 위아래 나누는 건 수직적 계급주의에 물든 사람의 몫이니 의미가 없단 생각도 했다. 하늘 너머엔 우주가 있다, 라는 말은 부정확하겠지. 우주 속에 이미 지구가 포함되어 있으니까. 결국 "하늘 속으로".. 더보기
8월 3일, "8월 3일의 단서, 생각 없는 생각" 8월 3일의 단서, 생각 없는 생각 지금 당신은 친구를 만나러 간다. 오늘은 친구가 다른 동창 친구와 함께 당신을 만나러 온다고 한다. 그렇게 한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 당신은 또 그렇게 자신과 다른 인생을 휴대폰 주소록 구석에 밀어넣게 된다. 지구를 살아가면서 평균적으로 사람은 죽기 전까지 3,000 명의 이름을 외운다고 했다. 3 천 명, 하루 종일 그만큼의 숫자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악수만 한다고 해도 손이 부르틀 것만 같다. 인간의 살은 한 번에 그리 많은 만남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지금 만나는 대부분의 인생은 또 어떤 지점에서 서로 다른 길로 어긋나고 나면, 간절했던 순간은 그대로 지난 과거의 풍경으로 정체된 채 서서히 내 속에 고여간다. 쌓이는 추억에 비례하는 만큼 인.. 더보기
8월 15일, "단서찾기" 단서찾기 8월 15일, 압구정 카페 구석에 박혀 NET-A의 A TO A 네트워킹 프로그램에 함께 했다. 통역가 없어도 된다고 자신했는데 막상 해보니 화상 통화 자체가 중간에 끊기고 소리도 잘 안 들려서 아예 소리 자체가 잘 들리질 않더라. 게다가, 그 탓에 장소 이동하고 재접속하기 더 바빴다. 무엇보다 주제가 뚜렷하지 않아 급히 설정되었던 얼터너티브 공간에 대한 얘기에서, "매체"가 그에 접근할 지점이 없어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아야 할 지 혼란스러웠다. NET-A가 중간 진행을 맡고, 일본의 blanclass와 DMAG 사이에서 교집합적 관계를 찾고 이를 통해 예술 총체에 대한 지역성을 극복한 대안을 찾는 어떤 구심점을 함께 얘기해보면 좋겠다, 생각했다. 마침 광복절이라 일본과 한국, 지역과 국가를 예.. 더보기
7월 25일, "낙서하다" 낙서의 의미 낙서를 영어로 scribble이라 하는데 여기에서의 사전적 의미는 그림을 휘갈기는 것보단 글을 함부로 혹은 제멋대로 "쓴다"는 의미에 가깝다. 하지만 낙서(落書), 한자어 떨어질 락(落) 자에 글 서(書) 자가 들어가는데 현 사전적 의미에선 장난으로 아무 곳에나 함부로 쓴 글이나 그림 등을 의미한다. 이집트의 신성문자나 중국의 한자의 기원이 된 (한나라 이전의) 갑골문자 등 고대의 상형문자를 또 영문으로 Pictograph라 하는데 이는 picture와 graph의 합성어이다. 현재까지도 표의문자를 벗어나지 않은 중국에 비해 이집트 문자는 표음문자로 발전하였다. 이집트 문자는 이후 알파뱃의 기원이 된다. 이문열의 소설 금시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거 동양으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글을 쓰는 .. 더보기
7월 23일, "이사 그리고 나" LIE, 오픈파티 LIE, 홍대정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신진디자이너 편집매장이다. 앞서 한 달 여 간 가오픈을 한 탓에 이미 몇 차례 다녀왔었다. LMMM이 계약을 위해 박보라 대표와 만날 적 처음 들렸었는데, 패션인사이트에서 올 해 새로 오픈한 편집매장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통해 처음 이름을 알았다. 23일은 이곳의 오픈파티였고 DMAG에서 소개를 하기 위해 취재차 들려야 했다. DJ 부스, 핑거푸드와 술을 준비하고 당일 전제품 2-30% 세일을 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골목임에도 지인들과 소문을 듣고 찾아 온 이들로 북적였다. 스페이스키부츠의 스텔라 씨는, 자벌레 때와 마찬가지로 기운 넘치는 에너지로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지난 주에 만나 면식은 있지만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