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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월 00일을 기록

8월 3일, "8월 3일의 단서, 생각 없는 생각"


8월 3일의 단서, 생각 없는 생각
지금 당신은 친구를 만나러 간다. 오늘은 친구가 다른 동창 친구와 함께 당신을 만나러 온다고 한다. 그렇게 한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 당신은 또 그렇게 자신과 다른 인생을 휴대폰 주소록 구석에 밀어넣게 된다. 

지구를 살아가면서 평균적으로 사람은 죽기 전까지 3,000 명의 이름을 외운다고 했다. 3 천 명, 하루 종일 그만큼의 숫자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악수만 한다고 해도 손이 부르틀 것만 같다. 인간의 살은 한 번에 그리 많은 만남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지금 만나는 대부분의 인생은 또 어떤 지점에서 서로 다른 길로 어긋나고 나면, 간절했던 순간은 그대로 지난 과거의 풍경으로 정체된 채 서서히 내 속에 고여간다.

쌓이는 추억에 비례하는 만큼 인연이 꼭 쌓이지는 않는다. 만남은 등가교환이 아니다. 외로워서 자살한 일본의 한 여인을 발견하기까지 보름도 더 지나야만 했다. 죽은 뒤로도 그녀의 집을 방문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랜 지기를 만났을 때 보다 각별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시간이 만들어 준 관계의 안락함 탓이 크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남에서 죽음까지 이르는 것은 불과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다. 불멸의 순간은 충동과 사건, 절망에 있다. 인간의 삶은 어쩌면 평온과 안락함이 행복을 이뤄내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결핍과 유토피아에 대한 환상과 갈망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한 문단에 묶어 다루기 곤란한 문장들 억지로 붙이는 것은 정리할 시간이 귀찮아서이다, 라는 끝까지 정리조차 않는 나를 보여주는 저의가 무얼까.

어쨌건, 사람과의 만남 그 자체가 외로움을 달래지는 못한다. 나의 인생과 그대 인생의 한 부분이 닮음을 인정하고 부딪힐 때에도 외로움은 극복하지 못한다, 라고 나는 말해야만 한다. 무엇으로 극복해야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적어도 팥빙수는 달콤하고 맛있다. 선희가 서울에 잠시 올라와 있는 동안 한 인생의 과거를 훑었고, 욕망과 결심을 보았으며 또, 새로운 친구를 얻었다. 계속 나아가면 결국 우리는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고 각각의 종교적 믿음에 따라 심판을 받거나 먼지가 될 것이다. 그 전까지 사람은 계속 만나고 나는 언젠가 사랑은 있는거야, 라고 믿을 수 있겠지, 라는 글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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