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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일, "상처를 그리고 쓰는 것에 대해"


상처를 그리고 쓰는 것에 대해
임윤미 작가의 블로그 몇 차례 기웃거리다 몇 번 댓글로 주고 받았던 농담에 보내주었던 작고 앙증맞은 일러스트집 Fantastic Camp. 사실 받은 뒤 곧장 무어 보답을 해줘야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실천에 옮기질 못하고 있다. 문득 삽화가 겻들여진 그림동화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번 홍대 카페 텔레비전에서 어떤 개인 창작자가 글과 삽화를 쓰고 그린 작은 그림동화를 팔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 동화란 것은 굉장한 매력이 있다. 종이의 질감, 잉크가 베인 그 냄새 사이로 한 사람의 유년 시절의 단면이 단단하게 녹아 있다. 동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결국 타인이나 현재의 유아가 아닌 스스로의 생의 시작점으로의 회귀다. 그 세계를 이야기를 통해 문을 열고 삽화가 그 세계를 조명한다. 미운 오리 새끼, 인어 공주, 성냥팔이 소녀 등으로 유명한 안데르센은 자신에 대한 컴플렉스로 가득차 있었다. 못생기고 작은 자신의 투영. 그의 동화 속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삶에 대한 투영이었다. 과연 그는, 그렇게 글을 씀으로써 그 자신과 화해를 했을까 궁금해진다.

나의 세계는, 그래. 요즘 아동문학계에서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는 다문화 사회에서의 아동문학의 순기능적 시선과는 사뭇 다르다. 내가 동화를 통해 열고 싶은 세계는 좀 더 다르다. 세상의 아픈 것들, 상처를 준비하는 동화를 쓰고 싶다. 또, 그런 세계를 그리고 싶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아름답고 즐거운 거야, 라고 말하기보단 상처와 슬픔, 고독에 대한 내성을 길러주고 싶다. 결국 누군가에겐 필요하지 않겠지만 또 누군가에겐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