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FITBOW가 한국 내 사회문화에 대한 철학적(혹은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특정 프로그램을 제안하거나, 의상 자체에 적용시키는 방식이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스토리텔링에 능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또 아이덴티티가 뚜렷하고 몇 가지 라인으로 구분되어 있어 저렴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적절한 가격대의 제품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그만큼 재단이나 봉제 그리고 원단과 부자재에 대한 고집스런 꼼꼼함이 보여지고 타겟층이 20대 중후반에서 30대이기에 (요즘 생각엔 4, 50대도 거뜬할 것) 사실 왠만한 직장인 남자라면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니다. (되려, 타임 옴므라던가 시스템 등의 제일모직 브랜드 가격대를 생각해보라)
아무튼, 그런 FITBOW가, 몇 해 전부터 L&F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참여하진 않았으나 L&F 활동과 내용은 그때부터 주욱 확인해오고 있었다.
FITBOW의 L&F 프로그램 내용은 간단하다. L&F 행사 기간 중 온라인에서 할인되는 제품을 골라 입금을 시킨 뒤, 내가 가지고 있는 중고 브랜드 제품을 FITBOW 측에 전달한다. 4~50% 이상 할인을 적용하는 건 내 중고 의류를 기부하는 조건 하에서다. 이렇게 기부된 의류들은 옷캔으로 보내어져 제 3 세계의 바자회를 통해 수익금을 만들고 그 수익금은 최종적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Change the world. WE can, 옷캔(otcan).
2012년 1월부터 환경부의 승인으로 공식적인 비영리단체로 거듭난 옷캔은 현재 많은 기업들이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임(CSR)을 묻고 또, 회사이익의 일부를 공헌하는 일을 진행 중에 있다. FITBOW의 LOST & FOUND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인지 아니면 별도의 플랫폼으로 볼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 정작 옷캔의 리플렛을 보면, FITBOW에 대한 언급이 보이질 않는다 - 분명 기존 재활용 시스템의 제도보다 실효성 있는 재활용 기부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왜 아프리카?
옷캔은 스스로 말하길 큰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집중적인 도움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한 배경에서, 선진국들이 자신들이 버리는 쓰레기들 중 많은 양이 아프리카로 향하고 있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아프리카 아동들을 돕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조금 의아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국내 아동들에 대한 지원이 보다 더 집중적이지 않았을까.
물론 국내에서 일 평균 전자제품 쓰레기 배출량만 1천 3백 95톤이다.(2009년 기준) 그 중 상당수가 인천 매립지를 향하거나 아프리카로 향한다. 하지만 이 대부분의 쓰레기는 대기업이 만들어 낸 반도체 사업 쓰레기로 굳이 책임을 묻자면, 해당 기업의 문제이다. 또, 필요에 의한 불가피한 소비상품들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경우, 매스미디어와 동조한 마케팅 전략에 강제적으로 휘둘린 민간인들이 이에 대해 얼마나 큰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되려, 의류공장에서 옷을 하나 만드는데 들어가는 공업 화학용품들이 한국의 땅을 얼마나 망가트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해보았다면 어땠을까. 국내에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는 복지나 대안모색에 필요한 기부금을 조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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