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 참석하기 전, 나는 동묘시장엘 잠시 들렀다. 그 전날 퇴근 후 장이 물러설 즈음 들렀었는데 오래된 갈색 플레인 윙팁 슈즈를 봐둔 것이 있었다. 구매하지 않고 꾸욱 참았는데, 계속 생각이 나서 다시 찾은 거였다. 그런데 막상 작정하고 사려니 보이질 않았다. 장터에 전날 판을 열었던 아저씨가 이 날 나오지 않은 거였다. 대신 다른 사람이 열어놓은 판이 있었다. 연식을 가늠하기 힘든 발렌시아가 검정 구두가 이 만원, 이탈리아 핸드메이드라 아웃솔 허리에 쓰여진 남색 스웨이드 옥스퍼드 슈즈가 일 만원. 어, 괜찮잖아?
마침 사이즈마저 꼭 맞는 남색 스웨이드 옥스퍼드화를 구매한 나는 곧장 신고 있던 운동화를 배낭에 집어넣고 대신 갓 구매한 새것 같은 그 녀석을 착용했다.
이 날, 디매거진의 이름을 빌린 모임(모임 이름이 '모임'이다)이 있었다. 사람들과 얘길 나누던 중 SPA 브랜드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그에 대한 대안 정책이나 시스템이 있을까 얘기가 오갔다. - 사실 여기에 더해 서울 동대문이나 중국 등지에서 제작되는 카피 제품들에 대한 시선도 얘기하고 싶었지만 시간상 문제로 말하지 않았다 - 그러다 마침 한낮에 구매했던 중고 신발을 떠올렸다. 중고 제품을 구매하고 또 권장하는 것 또한 일종의 환원 시스템으로서 크게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유행이란 게 결국 돌고 돌기 마련인데 말이다. 예전엔 독특한 것만 찾았는데, 요즘엔 오래 입을 수 있고 싫증나지 않는 베이직한 아이템들이 좋다. 결국 취향이란 주관이니 무어 따지겠냐만은.
모쪼록 우리, 되도록 많은 친구들이 낡은 것들이 쌓이는 곳에 모여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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