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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월 00일을 기록

토해내기, 우웩

가속도가 더해진 질량과 중력 사이의 관계 속에서 내 마음이 놓인 곳은 어디쯤인가. 어찌 되었건 나는 이미 세상을 향해 날아갔다. 차라리 화살처럼, 이었다면 한 방향으로 곧게 나아갔을 텐데 나라는 인간의 질량은 다연발 화살 혹은 대전차 미사일 신관 속에 자리 잡은 구슬 알맹이들처럼 사방으로 날아갔다. 목표물이 어디 즈음인지 가늠하지 못하는 인생의 단면 속에서 탄착점은 지휘계통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연과 즉흥성 속에서 조준되었다.

마냥 아직 젊고 어리다고 스스로 자위하며 몇 해 씩 이십대 청춘을 버텨냈는데 어느 덧, 이십대의 8할을 내 인생에 새겨 버리고 말았다. 우리들 각자의 몸엔 보이지 않는 문신이 있다. 한 해 씩 한 달 씩 하루만큼 일초에 하나씩, 그렇게 쌓인 기억의 파편들이 눈의 깊숙한 언저리에 새겨 진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혈소판들 사이에 저마다 마음에 드는 것 하나씩 붉은 덩어리를 뱉어낸다. 그렇게 매일같이 돋아나는 손톱 끝으로 주검처럼 피어오른 핏덩어릴 까득까득 베어낸다.

이렇게 나의 물어기부터 청소년기, 청년기에 이르기까지의 기록들이 몸의 곳곳에 저장되었다.

그래서 나는 배설(카타르시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 몸은 기억과 감정의 저장소. 과잉된 축적을 뱉어낸다. 고통스러운 출입구의 또 다른 배설방식은 바로 토해내기, 우웩, 우웨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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