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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월 00일을 기록

술과 자리가 더해지는 곳에


태어나 지금까지 한 달에 열 차례가 넘는 술자리는 가져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11월부터 12월 현재까지 정말 잦은 술자리에 나를 앉혀 놓았다. 소주, 맥주, 와인, 칵테일- 종류에 상관 없이 위 속으로 술 따위가 끊임 없이 차올랐다.

최근의 나는 특별한 목적 없이 행동하는 게 싫다, 라며 집 안에 혼자 있을 적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두고 여러가지 일들을 벌려두었다. 하지만 결국 멍하니 음악을 들으며 귀를 즐겁게 하거나 영화나 드라마 등에 시선을 맡겨두고선 하루를 할애하기 일쑤였다. 사실 2011년의 나는 거창한 인생의 단면 속에서 내가 어찌 해볼 수 없는 어려운 시기라는 핑계에 가둬 두었다. 나는  아무런 행동조차 하질 않았다. 몇몇의 작은 결과물을 꺼내 놓고선 나는 적어도 이런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고 앞으론 더 잘할 수 있어, 라는 늬앙스로 내 삶을 포장한 채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특별한 사람인 마냥 행동했다. 그렇게 어느새 나는 늘 시간이 부족하고 할 일이 많으며 생각이 많은 사람, 이 되어 있었다. 그 탓에 내가 괴롭혀왔던 사람들(주로 여자들)은 등을 돌리며 떠나거나 내가 먼저 등을 돌려 버리곤 했다.

거절할 수도 있었을 술자리를 어느 순간, 하나 둘 찾아가다보니 나는 한 달 사이 술꾼이 되어 버렸다. 하루를 쪼개고 쪼개며 아낌없이 쓰려던 나는 당연히 뚜렷한 목적없는 자리는 공연히 피하려고만 했다. 하지만 목적 없이 자리를 찾다보니 그 순간은 되려 마음은 편했다. 하지만 아침이 되어 눈을 뜨면, 현실은 술보다 쓰다. 현재 나의 삶에서 술자리는 있지만, 내자리는 단서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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