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유럽의 한 안경 전문브랜드 디렉터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에 결국 거절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한국에서 자기네 제품을 소개하면 카피제품들이 가득 나올 거라는 거였다. 처음 그 답변을 듣고 나는 한국이 중국도 아닌데 얘네 왜 이래, 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국 내 위조사업에 대한 관련 자료를 서칭해보니 그 영향이 어마어마하더라.
으레 우리끼리 중국을 두고 짝퉁나라라며 비난하고 나서지만 정작 근래까지 전세계 불법위조국 3위 이내에 매년마다 등수를 차지해야 했다. 하물며 중국을 제치고 1위를 하기도 했으니까. 이노베이션, 이노베이션 외치며 수출강국 자랑하는 대한민국답게 실제 위조제품 수출도 일류급이라 중국과 맞짱 뜰 수준인데 물량이 현저히 적음에도 불구하고 밀반입 수출액이 높은 이유는 그만큼 퀄리티가 뛰어난 탓이다. 훌륭한 국내 장인들이 많다는 의미일수도 있는데 그늘 속에 숨겨 두고 양성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명품 열기가 조금 사그러드니 지난 한 해에는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의 제품을 카피한 이들도 많았다. 어찌 되었든 소비하는 이가 있으니 판매도 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구매자 입장에서도 더 현명해야 한다. 실제로 한 보세쇼핑몰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인데, 한 여성고객이 자기가 구매한 제품이 알고보니 신인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이었고 자기가 구매한 건 짝퉁이니 보상을 해 달라 나선 일도 있었단다.
5, 6 년 전 즈음 레플리카(replica)라는 타이틀 내 걸로 유명브랜드 혹은 그 당시 국내에서 낯설었던 april77이나 헬스벨스 등의 디자인을 카피한 제품들이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심지어 우스갯소리로 브랜드를 짝퉁으로 배웠다 고백하는 디자이너도 있더라.
다행스럽게도 점차 소비자들이 현명해지고 있다. 브랜드의 허영에 현혹되는 이들도 적고 그게 딱히 자랑거리가 될 일도 아니게 되었다. 모쪼록 현명한 우린, 우리 나름대로 제대로 된 패션소비를 하리라 믿는다. 올 해엔 모쪼록 카피 없는 한국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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