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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shic Record

Jiwon Oh

작년 여름, 처음 오지원의 사진들을 보았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일상의 풍경들을 사진 속에 일기처럼 꼬박꼬박 눌러 담을 수 있나. 원색적인 색채 속에 빈티지하거나 자연적인 오브제 그리고 소녀들을 담은 그의 사진들을 읽을 때 편안하면서도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어린 여성(작가의 주변 친구들)의 성적 표상이 드러나는 사진들마저도 결국 원초적인 세계 속으로 밀어 넣어지게 되는데 결국 그마저도 편안하게 읽힌다. 다작을 하는 그의 사진들은 대부분 제주도에서 촬영된 것들이다. 올 해 여름, 정해진 제주도 여행길이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 나도 카메라를 들고 구석구석, 달려가고, 싶어진다.

   

보내는 편지

제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2010년 겨울, 방학을 맞아 내려간 제주도 집에서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발견하고부터였어요. 처음엔 이리저리 만져보고 장난처럼 찍기 시작한 게 나날이 그 횟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강박적으로 이미지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내가 보고 있는 그림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정말 짜릿했거든요.

저는 22살의 저만이 찍을 수 있는 이미지가 있고 23살의 저만이 찍을 수 있는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드는 게 두려운 건 아니지만 다시 되돌릴 수는 없기에 비록 서툴더라도 그 나이 때 저만이 찍을 수 있는 이미지를 최대한 많이 가져오고 싶어요. 제 사진 속 피사체들은 제가 평소에 함께 지내는 친한 친구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들에게서 제 모습을 발견할 때가 많거든요. 카메라와 피사체가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찍은 사진은 그만큼 자유롭고 솔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저의 배경이 제 사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아직 저도 확실히 말씀 드리기가 어려워요. 저 본인도 제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 서서히 알아가는 미묘한 부분이기도 하구요. 혹 자연의 오브제들을 좋아하고 날 것과 촌스러운 것들에 더 눈이 가는 건 제 성장배경에 있을까요? 저도 궁금해요.

궁금해 하신 제 단편영화는 작년 말, 영화제작워크숍 수업으로 진행한 영화입니다. 그동안 써놓은 단편 시나리오들은 몇 편 있지만 완성된 영화로 만든 것은 처음이었어요. 영화제목은 <주술>이구요. 간단한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각각의 콤플렉스를 가진 두 소녀가 서로의 콤플렉스를 치유하기 위해 힘을 합쳐 달밤의 주술을 벌입니다. 하지만 주술이 점차 고조되면서 서로를 향해 가졌던 미묘한 속마음이 드러나게 되고 둘의 관계가 서서히 뒤틀리게 되는 내용이에요. 첫 단편영화라 부족한 게 너무 많아서 영원히 숨겨두고 싶은 작품이에요.

사진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야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해요. 서툴고 부족한 작품들이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수집해 나갈 저의 성장하는 이미지들을 같이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오지원 드림





Official Blog :
ojiwon.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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