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JENSEN <tippi> Resort 2013

PETER JENSEN <tippi> Resort 2013
(2013년 2월 2일 작성)

  간결하게 표현된 토끼얼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패턴프린팅이나 실루엣을 소품 등에 새기는 걸로 유명한 피터 옌슨(Peter Jensen)은 그 밖에 여러모로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 디자이너이다. 매년 그의 뮤즈를 모티브로 작업하여 그들의 이름을 컬렉션에 새긴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국내에 많지 않다. 2002년 첫 봄, 여름 컬렉션을 시작으로 수많은 뮤즈들을 통해 영감을 얻어 온 피터 옌슨은 이번 시즌에서 과거 1세대 모델이자 배우였던 티피 헤드렌(Tippi Hedren)을 뮤즈로 삼았다.

  피터 옌슨의 컬렉션은 옛 뮤즈들의 지난 인상들을 재현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이번 글에서는 2013년 그의 컬렉션이 녹여 낸 뮤즈, 티피 헤드렌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티피 헤드렌의 극 중 모습

  1930년에 출생한 티피 헤드렌은 십대 시절 백화점 패션모델을 시작으로 1950년에서 1961년까지 다양한 내셔널 잡지(생활 잡지 및 제품광고)를 통해 성공적인 모델 활동을 해나갔다. 이후 그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62년작 "Birds(시대를 앞서간 걸작이라 평가된다)"에 캐스팅, 그 해 골든글로브 신인여우상을 수상한다. 성공적인 스크린데뷔와 함께 그는 알프레드 히치콕과의 계약으로 배우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이후 알프레드 히치콕과의 끊임 없는 문제로 그와는 단 두 편의 영화를 끝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성희롱 문제 등 사건이 있었는데 이 둘의 관계에 대해 재현한 HBO 영화 "The Girl"에서 시에나 밀러가 티피 헤드런의 역할을 맡았다) 이후 저예산 영화 및 드라마 등에 출연하여 약 50 여 편의 작품들을 진행한다.
  티피 헤드렌은 모델과 연기 활동 이후 그의 새로운 소질을 발견하게 되는데, 늘 깨끗하게 손질된 손톱에 많은 여자들이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는 그의 새로운 사업으로 네일 살롱을 열어 새로운 성공길을 열게 되어 이후 미용학교를 열기까지 이른다.
  그의 딸 멜라니 그리피스는 짧은 기간 배우생활 후 유명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결혼을 했고 현재 손녀에 이어 3대가 스크린 대뷔를 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티피 옌슨은 지난 2012년 6월, 폐암으로 사망했다.

  작년 국내의 한 여성복 디자이너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디자이너가 옷만 만들어서는 안 된다. 특정한 문화와 그 뿌리를 옷과 함께 풀어내는 것이 현대 디자이너의 새로운 숙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 몇 년 간 나 또한 그러한 맥락과 견지에서 패션디자인에 대해 바라보았지만 그걸 모든 소비자들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피터 옌슨의 컬렉션들에서 지난 뮤즈들의 역사를 재현하듯 우리 또한 다시 한 번 지난 역사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처럼, 좋은 옷이 만들어 내는 문화의 뿌리에 대해 생각하고 또 고민해보는 것 또한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