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디자인하기
- "사업을 디자인하다"
네가 하면 나도 한다
몇 해 사이 국내엔 많은 패션브랜드가 생겨 났다. 지금도 기업뿐 아니라 학교를 갓 졸업하고선 소규모 브랜드를 런칭하여 달려드는 이들 또한 상당하다. 젊은 가능성들이 새로운 미래를 희망하며 직구를 던지는 모습에 우리 모두 박수를 쳐야만 한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함도 느껴진다.
문 앞에 걸리는 자석 달린 요식업체들의 협업 광고책자를 한 번 즈음 보았을 것이다. 유독 요즘 현관 문 손잡이에 책자가 자주 걸리는데 책자를 열어보니 한 동네에 위치한 동종 업체들이 열 댓 개가 넘더라. 또 집에서 회사로 향하는 길엔 편의점이 세 개나 된다. (심지어 두 개 점포는 같은 체인이다!) 아마 한국만큼 한 동네에 치킨, 피자 전문점 혹은 편의점이 열 댓 개가 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이건 마치 자신의 생계를 칩(chip)으로 걸고 제로섬게임이라도 하는 모양이다. 유독 한국이라서, 인지는 모르겠다. 시장규모와 수요는 정해져 있는데 이건 지나친 과공급이 아닌가?
패션이란 사업 자체가 취향의 영역이기에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활동 영역이 소비자들에게 닿는다면 편향된 취향의 범위를 넓혀 보다 폭넓고 건강한 소비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 다만 수많은 중화요리점이나 치킨가게들처럼 ‘네가 하면 나도 한다’는 주먹구구 방식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
사업을 디자인하다
근래엔 일 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을 정상 궤도 위로 올리는데 성공한 소규모 브랜드도 있었는데 그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경영 또는 마케팅과 관련된 실무자들이 디자이너와 함께 동업을 하고 있더라는 거였다. 디자인 자체가 나무라면 물을 주고 관리해주는 건 영업과 마케팅이라 할 수 있겠다. 어느 정도 사업에 대한 기본기가 탄탄한 이가 함께 해야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다.
– MAC MOC의 김정현, 김소영 남매 그리고 ARTCHIVE STUDIO의 MAHSOYOUNG 대표 김소형과 디자이너 마소영은 각자의 활동 영역을 살려 디자인과 영업, 마케팅 업무를 나누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1년 런칭 이후 일 년 내에 국내외 바이어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좋은 디자인만큼 착실한 영업과 마케팅을 선보였다
지난 몇 년 간 힘들게 브랜드를 유지하는 이들도 제법 보아 왔다. 이들 중 대부분의 공통된 문제는 그들 스스로가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는 자각이 없더라는 거다.
오늘 날 유명 패션디자이너들이 모델을 등장시켜 매년마다 두 차례의 시즌 컬렉션을 진행하거나 브랜드 이름 또는 로고가 새겨진 라벨(label)천이 옷이나 가방 속에 붙여지게 된 건 이 모든 게 사업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시즌 컬렉션과 라벨 모두 1800년대 중반 1세대 디자이너 샤를르 워스가 자신의 사업을 보다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시작된 것들이었다. 그는 디자이너에게 있어 사업적 직관과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다.
물론 자신은 디자인만 하고 영업 관리 등을 전적으로 패션에이전시에 맡기는 방향도 있다만 국내에선 애로사항이 많다. 왜냐면 그들의 활동을 관리해줄 수 있는 패션에이전시가 뚜렷하게 있는 것도 아니고 (모델에이전시는 어찌나 많은지) 수수료 위주의 바이어 아닌 바이어들로 가득 찬 국내 시장에서 재고 부담을 떨치기 위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잘 팔릴 수 옷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자인(design)이란 본디 ‘성취하다’는 뜻을 지닌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한다. 건물이나 기계 등에 관한 설계 또는 도안 등을 의미하기도 하며 어떤 주어진 목적이나 목표를 조형적으로 실체화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만약 당신이 지금 패션 디자이너로서 개인브랜드를 통해 목표를 성취하고자 한다면 우선 옷을 디자인하기 이전에 당신의 삶과 사업을 먼저 디자인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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