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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shic Record

내 머리카락과의 시간 결혼한 한 이성친구의 집을 방문했다. 돌도 지내지 않은 한 아이가 잠을 자고 있었는데 얘길 하는 종종 그 친구가 아기 머리를 좌우로 돌려 누이길래 왜 그러는지 물었다. “아, 이렇게 해야 아기머리가 예뻐지거든. 한창 어릴 때엔 애들 뼈가 무르니까 이렇게 만져주는 거야.” 내 머리가 양 옆으로 짱구인 이유는 우리 어머니가 어릴 적 나를 그냥 눕혔기 때문일까. 과학적인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어 뭐라 더 얘기하진 않았다. 그 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중, 고교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중학 시절, 나와 내 친구들은 단발령에 처해진 백성들처럼 복장검사를 할 적마다 학생주임과 작은 전쟁을 치러야 했다. 머리카락이 귀 밑을 내려서지 않아야 하고 앞머리는 눈썹을 가리지 않아야 했다. 정해진 복장에서 이탈해서도 .. 더보기
Peter Jamus, "자연과 인간의 관계" 자연이 인간에게 닿는 몇몇 순간들에서 포착할 수 있는 평온과 휴식 그리고 위협과 분노, 존재와 생명에 대한 경이. 젊은 포토그래퍼 Peter Jamus가 담아내는 사진에 대해 말할 때 떠올릴 수 있는 단어들이다. 뮤지션들의 공연 및 인물 사진을 주로 만들어 오던 PETER JAMUS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담기 시작한다. 제리 율스만(Jerry N. Uelsmann , 20세기 미국 초현실주의 사진작가)에 주로 영감을 얻었다는 그의 현재 작업을 살펴 보면, 막상 율스만의 포토 몽타주에서 오는 초현실적인 기법과 터치는 보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전반적인 작업의 분위기가 끌어가는 강렬한 흑백 대조와 자연과 인간을 대치시킨 구도가 만들어내는 밀도 있는 힘에서 율스만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현재 그가 시리.. 더보기
신선미 작가, "개미요정, 다시 만나다" 2013년 3월 초, 유난히 아린 추위 틈새를 비집고 서울 삼청동 길을 넘어 정독도서관으로 향하던 중 선 컨템포러리(Sun contemporary)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포스터가 눈에 밟혀 발길을 돌렸다. 사실 한동안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읽어야 하는 미술작품들을 접해 온 터였는데 익살스러우면서도 다정한 시선이 담긴 그림들에 마음이 편해졌다. 섬세한 터치 속에 한복을 입은 여인과 아이들의 노곤한 일상을 녹여낸 작품 속엔 현대적인 소품들이 꼼꼼히 박혀 과거의 유물이 아닌 지금 우리의 현재와 과거를 혼재시킨 점도 눈 여겨 볼만하다.첫 전시인가 하고 지난 전시경력을 살펴보니 이미 2003년부터 그룹전 등을 시작해 2006년부터 개인전을 해 온 작가였다. “어느 날 먹다 남은 과자부스러기를 보고 나타난 개미.. 더보기
20th Century Fogotten Boy Band 이학림 디자이너 인터뷰 20th Century Fogotten Boy Band 이학림 디자이너 인터뷰 20th Century Fogotten Boy Band 를 런칭 후 곧장 서울패션위크에서 첫 컬렉션 프레젠테이션을 이끌어 낸 이학림 디자이너는 하고 싶은 혹은 해야 할 얘기가 많은 사람이다. 인터뷰를 앞두기 전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밥을 먹고 있는데 이제는 K-패션이라는 타이틀로 방송된 시사2580(2013년 2월 3일, 842회)에서 그가 출연해 한국 편집매장과 디자이너 브랜드 사이의 위탁판매 문제점 등을 꼬집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 또 동시에 늘 패션현장에 있어 타자이자 소신 있는 독설가, 이학림 디자이너. 디매거진은 인터뷰를 통해 그가 유학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지난 과정들 그.. 더보기
Cy Choi 2013 SS "SPECTRUM" 최철용 디자이너의 지난 Cy Choi의 2013 봄 여름 컬렉션쇼에는 선글래스를 착용한 모델들의 런웨이 주변으로 푸른 빛으로 빛나는 조명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어떠한 연유와 시선으로 컬렉션이 준비되었는지 먼저 최철용 디자이너의 글을 시작으로 얘기해보고자 한다. 충돌과 저항 스펙트럼을 얻기 위해서 빛은 프리즘을 통과해야 한다. 통과하는 과정에서 빛은 나아가던 방향을 가로 막는 대상, 즉 프리즘과 충돌한다. 일반적으로 충돌하는 두 대상은 자기 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저항을 시작한다. 접점을 찾기 위한 저항의 과정에서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내재되어 있던 가능성들이 분출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충돌로 인한 저항은 필연적으로 창의적인 에너지를 발생 시킨다. 굴절과 확산 프리즘과의 충돌로 인한 빛의 저.. 더보기
MACHAMBRE BY JUYEON 2013 SS 최주연 디자이너의 마샹블MA CHAMBRE의 지난 의상들을 살펴 보면 편안함과 휴식이 먼저 떠오른다. 2010년 런칭 당시부터 마상블이 만들고자 하는 의상은 명확했다. 프랑스어 마 상블MA CHAMBRE은 ‘내 방’ ‘내 침실’ 이란 뜻이다. 가장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공간에서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처럼 마상블의 의상들은 휴식이 될 수 있는 방이자 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휴식과 평온 이면에는 최주연 디자이너의 힘든 시기가 있었다. 지난 2006년 두타 벤처디자이너 컨퍼런스 공모전에 은상으로 당선한 그는 동대문 두타 패션몰에 매장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홀로 매장을 운영하고 생산과 디자인을 진행해야만 했다. 24시간 운영되는 두타 패션몰 특성 상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보기
FOLASHOW Vol. 1 지난 2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 간 신사동에 위치한 오가닉 라운지에서 FOLASHOW가 진행되었다. 감각적인 비쥬얼 영상을 기획하는 Folastudio 그리고 다년간 국내최고의 쇼음악을 디자인하는 Showmusic이 함께 협업하여 진행한 기획이었다. 이 날은 showmusic의 두 번 째 앨범 쇼케이스이기도 하였다. 이들이 이러한 기획을 전개한 배경에는 특정 영역의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한 작업을 벗어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만들고자 함이었다. 음악과 영상 두 감독이 시각(visual)과 청각(music)을 통해 공간을 채워 누구나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 그 첫 번째가 이들 스튜디오의 앞 글자를 딴 FOLASHOW였다. 이 날 행사엔 쥬얼리 브랜드 MAD FACTORY.. 더보기
시작된 곳을 찾는 시간 내가 처음 산 옷은 반항적인 눈이 새겨진 Bad Boy 맨투맨 스웨터였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경상남도 울산시에 살고 있었다. 딱히 옷을 살 곳이 다양하진 않았던 그곳에서 소위 멋 좀 부린다는 친구들은 강변 앞 대로 사이에 박힌 작은 지하상가를 찾곤 했다. 자주 어울리던 친구들과 함께 양 쪽으로 작은 상점들이 줄지어 선 그 곳을 찾았다. 우리는 Bad Boy 맨투맨 스웨터를 샀다. 카세트플레이어는 마이마이보단 소니가 훌륭했고 8음보단 24화음이 더 좋았다. 딱히 왜 좋은지 생각해보기보단 주변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쓸려갔다. 그러던 어느 주말엔가 친구를 만나러 밖을 나섰는데 거리에 Bad Boy의 부릅뜬 눈들이 넘쳐났다. 그 순간 부끄럽다는 생각이 내 머리 속을 관통해 온 거리를 헤맸다. (사실 Bad Boy.. 더보기
RECORDS ; Around the Fashion 2013년 2월 25일, 본래 의도했던 La Mer Ma Maison (이하 LMMM)와의 인터뷰 계획을 변경했다. LMMM의 디자이너 김동완, 옥수현 그리고 갓 졸업을 한 이보형과 작년 런웨이쇼를 계기로 알게 된 이정민, 패션디자인 학과에서 한창 방황 중인 김재성. 이렇게 다섯 명과 나는 즉흥적인 모임과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두서없이 얘길 나누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또한 흥미로울 것 같았다. 물론 어떤 식으로 방향이 흘러갈 지 예측할 수 없어 걱정도 되었다. 사실 몇 해 전부터 생각했던 방식이었다. 비전문가 또는 좀처럼 잘 알지 못하는 보통의 사람들 또는 종사자가 한데 얽혀 얘길 나누는 상황을 가감 없이 담아보고 싶었다. 패션디자인이란 것을 말할 때 옷 자체를 벗겨낸 후에도 말할 수 .. 더보기
Cy Choi : 두 개의 그림자 - Deux Ombres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은 오는 2월 23일부터 3월 24일까지 패션협업그룹 Cy Choi를 소개하는 전시를 진행합니다. 이번 전시는 지난 1월 파리에서 발표한 2013-14 F/W 시즌을 위한 Cy Choi의 8번째 컬렉션 ‘두 개의 그림자 Deux Ombres’ 의 서술적인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협업을 통한 다양한 방식 - 영상 및 사진을 비롯한 시각 이미지, 룩북과 프리젠테이션, 퍼포먼스와 텍스트 - 으로 생산된 Cy Choi의 창의적인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림자’는 빛과 어둠의 농도가 섞여 만들어 내는 다양한 검정의 모습들이며, 대상과 함께 하는 대상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그리고 ‘두 개’의 각기 다른 하나가 서로 살피고 보완하며 서로와 각자를 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