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초, 유난히 아린 추위 틈새를 비집고 서울 삼청동 길을 넘어 정독도서관으로 향하던 중 선 컨템포러리(Sun contemporary)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포스터가 눈에 밟혀 발길을 돌렸다. 사실 한동안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읽어야 하는 미술작품들을 접해 온 터였는데 익살스러우면서도 다정한 시선이 담긴 그림들에 마음이 편해졌다. 섬세한 터치 속에 한복을 입은 여인과 아이들의 노곤한 일상을 녹여낸 작품 속엔 현대적인 소품들이 꼼꼼히 박혀 과거의 유물이 아닌 지금 우리의 현재와 과거를 혼재시킨 점도 눈 여겨 볼만하다.첫 전시인가 하고 지난 전시경력을 살펴보니 이미 2003년부터 그룹전 등을 시작해 2006년부터 개인전을 해 온 작가였다.
“어느 날 먹다 남은 과자부스러기를 보고 나타난 개미들이 자기 몫을 챙겨 이내 사라지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렇듯 방심한 틈을 노리고 나타나는 존재들이 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꿈과 현실의 경계.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조용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우리 자신은 그런 알 듯 모를 듯 스쳐가는 장면을 우연한 착각이거나 자신의 실수로 여기며 부졍하려 한다. ‘개미요정 시리즈’는 점점 커가면서 무언가를 잃어가는 우리들의 어릴 적 순수함을 되찾고 싶고, 주위에서 잠시간에 스쳐 놓칠 수 있는 또 다른 기적들의 존재를 그림으로 옮겨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작업노트를 통해 읽을 수 있다시피 꿈과 현실을 모토로 한 개미요정 시리즈에선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작품 중 개미요정에 해당하는 인물들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선 아이들은 어쩌면 관객들의 지난 유년기를 투영하는 거울이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끊임 없이 성장한 우리는 지난 유년의 동심을 통해 자칫 지금을 살며 놓칠 수 있는 따사로움을 되찾을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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