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용 디자이너의 지난 Cy Choi의 2013 봄 여름 컬렉션쇼에는 선글래스를 착용한 모델들의 런웨이 주변으로 푸른 빛으로 빛나는 조명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어떠한 연유와 시선으로 컬렉션이 준비되었는지 먼저 최철용 디자이너의 글을 시작으로 얘기해보고자 한다.
충돌과 저항
스펙트럼을 얻기 위해서 빛은 프리즘을 통과해야 한다. 통과하는 과정에서 빛은 나아가던 방향을 가로 막는 대상, 즉 프리즘과 충돌한다. 일반적으로 충돌하는 두 대상은 자기 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저항을 시작한다. 접점을 찾기 위한 저항의 과정에서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내재되어 있던 가능성들이 분출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충돌로 인한 저항은 필연적으로 창의적인 에너지를 발생 시킨다.
굴절과 확산
프리즘과의 충돌로 인한 빛의 저항은 굴절과 확산의 형태로 나타난다. 한줄기 빛은 굴절되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확산된다. 충돌로 인한 굴절과 확산은 정(正)-반(反)-합(合)을 기본으로 하는 변증법적 구조와도 유사하다. 변증법은 동일률을 근본으로 하는 정(正)의 상태와 모순 또는 대립을 근본으로 하는 반(反)의 상태가 서로 충돌해서 합(合)을 도출하게 되고, 이 과정을 통해 사물의 운동과 사고의 전개 과정을 설명한다. 여기서 합(合)의 단계에는 정과 반에서 볼 수 있었던 두 개의 규정이 함께 부정되지만 또한 함께 살아나서 통일된다. 즉 충돌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결론은 앞선 정반의 특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그것과는 다른 새로운 것이다. 이처럼 충돌과 저항에 의한 굴절은 새로움을 다양하게 확산 시키는 창의적 운동성을 가진다.
무지개와 비가시광선
무색이었던 빛은 굴절과 확산을 통해 다양한 색을 가진 스펙트럼으로 확산된다. 스펙트럼의 층위는 적외선으로부터 무지개 빛깔을 거쳐 자외선까지 이어진다. 무지개 빛깔을 편의상 빨주노초파남보로 구분 하지만 사실 인간의 눈은 약 200만개의 색을 구분한다. 그러므로 스펙트럼 속에도 인간의 눈이 자각할 수 있는 만큼의 다양한 색이 존재한다. 반면 적외선과 자외선은 가시광선의 영역을 넘어서 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신비로움의 대상이 되고, 신비로움은 더 많은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스펙트럼은 다양한 가시광선과 신비로운 비가시광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펙트럼spectrum의 광학적 과정 속에서 끌어 온 몇 가지 단상들을 표현한 이 컬렉션에는 지난 컬렉션들에 비해 유독 그래픽 패턴이 입혀진 셔츠류 등이 많이 보였는데 스펙트럼 자체는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며 생기는 (단/장)파장의 색상 배열을 의미하나, Cy Choi는 빛의 확산과 분산 자체에 보다 의미를 두었던 듯했다. 반사광이 뚜렷한 실크 소재의 원단들을 사용했고, 그 밖에 파장의 색상 배열 속에서 일어나는 색들을 몇 가지 배색이 들어간 셔츠나 아우터 그리고 몇 가지 소품들로 나타내 절제하여 표현하였다.
사실 담론으로 풀어 내고자 한 과정은 복잡했으나 결과가 미약했고 당위의 부족함이 느껴졌다. 물론 쇼에서도 표현되지 못했고 오히려 전반적인 컬렉션의 무드는 스펙트럼 속에 갇혀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보는 시선을 보다 냉정하게 기사로 내보고 싶었으나 그런 풀이는 생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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