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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shic Record

RECORDS ; Around the Fashion

2013 2 25, 본래 의도했던 La Mer Ma Maison (이하 LMMM)와의 인터뷰 계획을 변경했다. LMMM의 디자이너 김동완, 옥수현 그리고 갓 졸업을 한 이보형과 작년 런웨이쇼를 계기로 알게 된 이정민, 패션디자인 학과에서 한창 방황 중인 김재성. 이렇게 다섯 명과 나는 즉흥적인 모임과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두서없이 얘길 나누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또한 흥미로울 것 같았다. 물론 어떤 식으로 방향이 흘러갈 지 예측할 수 없어 걱정도 되었다.

사실 몇 해 전부터 생각했던 방식이었다. 비전문가 또는 좀처럼 잘 알지 못하는 보통의 사람들 또는 종사자가 한데 얽혀 얘길 나누는 상황을 가감 없이 담아보고 싶었다. 패션디자인이란 것을 말할 때 옷 자체를 벗겨낸 후에도 말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록에선 옷 그 자체에 대한 얘기는 없다. 하지만 패션은 여전히 남아있다.

 

RECORDS ; Around the Fashion

 

옥수현 : 뭐부터 시작하지?(웃음)

박선우 : 처음 LMMM 브랜드를 시작한 계기가 뭐였나.

김동완 : 본래 LMMM은 졸업을 앞둔 7명의 학생들이 모여 브랜드를 시작했다. 당시 부산에서 청년창업지원금을 받아 작업을 하다 졸업을 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길로 흩어지게 되었고 마지막에 나와 옥수현, 김건희 이렇게 세 사람이 La Mer Ma Maison이라는 브랜드를 2010 11월에 런칭하게 되었다.

옥수현 : 이건 시작한 과정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 말하는 내용이다. 좀 더 얘기하면 이런 내용이다. 4학년이 되면 취업을 나가야 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옷을 할 기회가 없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생 때 우리가 브랜드를 직접 진행해보자 얘기를 하게 되어 각자 MD와 마케팅 그리고 디자이너 등등의 역할을 나누게 된 거다. 그렇게 일 년 동안 해 본 결과를 두고 계속 해야겠다 혹은 나가서 취업을 해야겠다 생각하는 사람 이렇게 나눠지는 과정에서 남은 것이 우리였고.

 

박선우 : 그 과정에서 다른 디자이너들도 모집하게 되면서 패션 에이전시 형태로 규모가 커지는 시기가 찾아왔지 않나.

 

옥수현 : 당시 우리 MD였던 조홍준과 같이 부산 지역의 다른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찾아 다녔다. 그 과정에서 직접 브랜드를 열고 싶은 욕심이 많은 친구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한 큐레이터 역할을 조홍준에게 맡기고 우리가 지원을 하는 형태였다. 당시 돈(청년창업지원금)이 우리에게 있었으니까.

 

박선우 : 그렇게 생겨난 것이 LMMM 패셔니스타, B salon이었고 후에 129 35 아틀리에 (120 35 at:elier)가 되었다.

 

옥수현 : 보형이나 다른 친구들은 잘 모를 거다.

 

이보형 : , 129 35 아틀리에는 안다.

 

옥수현 : 그게 광복동에 생겼던 우리 패션문화공간 이름이었다. 이제는 없어졌다.

 

김동완 : 나름 역사가 있었네.(웃음)

 

박선우 : 그게 지금 가만 생각해보면 부산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전례 없던 사건을 만든 거였다.

 

옥수현 : 지금도 없다.

 

박선우 : 20 여 명 가까운 학생들로만 모여서 실재 브랜드 런칭 과정을 함께 준비해서 매장과 기획공간을 만들어 운영했던 일이 없었지 않나. 게다가 컬렉션쇼에 해외 바이어들까지 데려왔었고. 물론 바잉이 되진 않았지만.(웃음)

 

옥수현 : B salon 당시에 최초로 쇼를 진행했는데 KT&G에서 지원을 받아 클럽 엘룬에서 진행했다.그때 하상백 분도 찾아왔다. 학생들 쇼였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었다.

 

박선우 : 그때 정연제(contra B 디자이너)가 처음으로 옷을 팔았던 때이기도 하고.

 

옥수현 : 그렇지.

 

박선우 : 이정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이정민 : 첫 패션쇼를 07년도에 시작 했다. 당시 내 나이 또래에 들어갈 수 없는 쇼였는데 거기 참여하게 되면서 함께 무대에 올랐던 형들과 친해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도움도 받고 교류도 하게 되었다. 한창 그렇게 잘 풀린다 싶을 때 갑자기 군대를 가게 되었다.(웃음)

 

박선우 : 지금 나이가 몇인가.

 

이정민 : 스물 여덟.

 

박선우 : 우리 나라가 해외에 비해 모델 수명이 긴 편이지 않나.

 

이정민 : 많이 길다. 근데 설 수 있는 쇼가 시즌마다 한정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매년마다 일을 할 수 있는 모델은 점차 늘어나는데 쇼엔 늘 매번 나가는 모델만 무대에 오르는 식이니까.

 

박선우 : 이런 생각을 해봤는데 굳이 국내 유명 컬렉션쇼에서 바이어들로부터 많은 수주가 발생되지 않는다면 비싼 금액을 들여 진행하기보단 공간이 확보되는 라운지나 다른 기획공간에서 좀 더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쇼를 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일차적으로는 컬렉션 쇼라는 게 고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니까. 그렇게 비정기적으로라도 그런 로컬 기획들이 생겨나면 좀 더 일을 필요로 하는 모델들이 활동할 기회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김재성 : 컬렉션 쇼장을 찾으면 당혹스러운 게 우리나라만큼 이렇게 학생들이 많이 찾는 패션쇼가 있을까 의아하다.

 

이정민 : 일단은 보여주기 식이니까.

 

옥수현 : 내가 봤을 때는 이건 한국 시장 규모의 문제인 것 같다. 서울 패션 위크의 경우,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거니까 안 할 수 없는 건 아닐 것이고.

어쨌든 내 생각은 이렇다. 우선은 내가 경험이 쌓이는 만큼 브랜드에도 쌓이는 요소들이 있다.

 

김동완 : 돈을 가져다 주는 브랜드가 있고, 명성을 가져다 주는 브랜드가 있다. 그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가는 것이 진정한 디자이너다. 그런 점에서 우영미 디자이너는 정말 대단하다.

 

박선우 : 옷은 왜 만들게 되었나.

 

옥수현 : 좋아서 하게 됐다. 다른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박선우 : (김동완에게) 왜 만들게 되었나.

 

김동완 : 똑같다. 좋아서 하게 된 거지.

 

옥수현 : 사실 그때엔 디자이너가 될 거란 생각은 못했다.

 

김동완 : 지금은 자부심을 가지고 하는 거다. 예전엔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누군가 디자이너가 아니라 디자이너님이라 하면 부끄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자만이 아닌 자부심을 느낀다. 그 나름의 대우를 고맙게 느끼고 기쁘게 느낀다. 우리가 현실에 부딪히면서 해오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내가 내 자신에게 부끄러우면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나.

 

박선우 : 작년에는 (부산에서) 컬렉션쇼를 했었지 않은가. 올 해는 계획이 없는 걸로 안다.

 

김동완 : 올 해에는 판매에 좀 더 주력할 생각이다. 예로 페어를 참가할 때 오더가 발생한다면 곧장 소화를 할 수 있는 공장들도 새로 알아봐야 하니까. 보다 기반을 다지고 분주히 움직이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는 블로그 뿐 아니라 공식사이트를 다시 준비 하려고 한다.

 

박선우 : 사이트가 필요한 이유가 뭐라 생각하나?

 

김동완 : 개인거래 원하는 손님들도 계신다. 작년만 해도 개인거래 진행할 적에 따로 내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하는 과정들에서 고객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런 부분들까지 이해해주는 고객들이 너무 고맙기도 했고. 그래서 그때 (온라인에서의) 집이 필요하다 느꼈다.

돈이라는 목적도 있지만 공간이 있어야 그들도 더 편하다. 소통이라는 것은 어느 한 쪽의 노력으로만 될 수 없다. 우리도 그만큼 더 신경을 써야만 한다.

 

박선우 : 이건 다른 얘긴데 브랜드 컨셉이 간혹 명확하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다. 특히 작년 봄 여름 시즌 의상들은 너무 생소하게 느껴졌다.

 

김동완 : 먼저 갇히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당초 처음 성격이 다른 세 디자이너가 작업을 하다 보니 전체적인 일관성이 부족했다. 우리도 그런 부분은 지각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공통된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정도 우리는 유행하는 경향을 반영하려고도 하고. 그런데 지난 봄 여름 시즌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웃음) 그것도 나름의 실험이었다. 내 색을 보여주면서 컨셉을 유지하려 했는데 컨셉에 갇히다 보니 고객들도 그런 부분을 느끼고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옥수현 : 보형이에 대한 궁금증은 없을까?

 

박선우 : 방송 나가보니까 어떤가?

 

이보형 : 방송? , 그러니까 한 달 가량 합숙을 했다. 그게 최종 18인에 들면 합숙을 하는 거다. 그에 앞서 4차까지 심사가 있었다. 작년 8월부터 한 달 간격으로 한 차례씩 심사가 이어졌다. 11 3일 경부터인가 촬영이 시작되었다.

 

진행하면서 서로 다른 지역에서 다른 방식으로 옷에 대해 접근해왔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경쟁시스템이긴 해도 교류도 많이 했고 친해졌다. 짧은 기간 동안 나눈 대화들이 있어 좋았다.

, 7회 때까지(탈락 전까지) 국내에서 유명한 심사위원 분들과 PT를 하게 되는 과정에서 지적도 받고 얘기도 많이 나누었는데 그때 느꼈던 게 하나 있었다. 예전에는 디자인 감성이나 이런 것들 것 더 떨어지기 전에 얼른 나도 브랜드 런칭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합숙 이후 나와서 디자인에 대해 든 생각은 디자인에 대한 마인드도 중요하나 경영자로서의 마인드가 훨씬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LMMM처럼 직접 부딪혀 보면서 지금까지 잘 해내고 있는 걸 보면 또 그렇지만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직 잘 모르겠다. 형들은 잘 하고 있으니까.(웃음)

 

옥수현 , 김동완 : 프하하(웃음)

 

박선우 : 정연제의 경우는 디자인적 희소성이 있어 매니아층을 확보하기 좋았고 그에 반해 LMMM은 디자이너들이 그만큼 사람들에게 싹싹하게 잘 하기 때문에. 그러니까 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경영자로서의 마인드일 수도 있겠다.

 

이보형 : , 이런 생각도 해봤다. 작은 공간에서 소규모로 진행해보는 것.

 

박선우 : 지금 LMMM에서 독립한 이건희 디자이너도 그런 문제에 직면해있다. 경영자와 디자이너 두 가지 밸런스가 브랜드에 융화되어 있는 건 정말 중요하다. 여태 디자인만 해오던 사람이 경영이라던가 회계, 마케팅 등을 다시 배우고 또 진행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보형 :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디자인 하면서 여러 가지 다른 일도 해야 할 것이고 사람도 만나야 하니까.

 

박선우 : 유독 작년엔 한창 신생 브랜드가 쏟아졌고 또 새로운 편집매장들도 생겨 났다. 뭐랄까 시스템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만 과잉 되는 상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 수수료 부분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재고가 필요하다. 수수료 시스템 자체가 부정적인 건 아니다. 다만 전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거다. 예로, 신생 소규모 브랜드가 생겨났다. 헌데 편집매장에서 저렴한 가격대의 질 나쁜 원단과 봉제로 정체성 없고 목적 없는 디자인을 생산한다. 일단은 팔려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다. 실제 이런 증상 혹은 통증을 앓는 이들이 많지 않은가. 그럴 것이라면 저가 SPA 브랜드매장을 찾는 게 낫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획일화 되는 과정을 유도하는 수수료 제도 자체가 결국 편집매장과 소규모 브랜드 양 쪽 다 침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옥수현 :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위탁을 한다고 해서 편집매장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편집매장에만 의존한다면 그런 상황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개인주문을 통해 수익을 얻는 이들 또한 의외로 많다.

예로, 서울 가로수길 등의 편집매장에 우리 제품이 소개되는 건 판매뿐 아니라 홍보의 목적도 있다는 거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에게 우리 제품이 드러나기 때문에 소개될 수 있는 것이고 또 브랜드네임을 보고 개별 주문이 들어오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 같은 경우엔 그런 식으로 연락이 와 친구처럼 지내는 고객들이 많다. 위탁 그 자체가 위기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또한 위탁을 한다 해서 그렇게 불만이 있지는 않다. 그만큼 해주고 있으니까.

 

이정민 : 다른 얘기인데, 일반인의 입장에선 한 디자이너 제품을 보고 이런 옷만 만드는구나 생각하게 마련이다. 개성이 뚜렷한 옷이 있다면 보다 쉽게 입을만한 옷은 없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가격의 문제도 그렇고 말이다.

 

옥수현 : 물론 많은 브랜드들이 하고 있다. 컬렉션쇼와 달리 실제 매장에 들어섰을 때 또 접근하기 쉬운 옷들이 있다. 그런 역할 또한 필요하다.

 

박선우 : 김재성은 어떤 친구인가.

 

옥수현 : 재성은 패션디자인 학과생이다. 하지만 디자이너도 하고 싶고 모델도 하고 싶은 친구이다. 왜 그런 생각을 했나.

 

김재성 : 모델 쪽으로 작은 일을 하다가 디자이너에 대한 매력을 느꼈는데 현재는 형들(주변 디자이너들) 얘길 들으면서 방향을 잡으려고 하는 중이다. 현실성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봐야 하고.

 

박선우 : 근데 막상 계산하다 보면 아무것도 못한다.

 

옥수현 : 맞다. 그럼 시작도 못한다. 모가 되든 도가 되든 무조건 해봐야 한다.

 

김동완 : 여행을 예로 들어보자. 혼자 갈 것인지, 누구와 같이 갈 것인지, 비용이 어느 정도 들며, 어디로 갈 것이며, 날씨는 어떨 것이며, 교통수단은 무엇이 될 것인지 따지다 보면 결국 못 간다. 물론 처음엔 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어떤 순간에 맡겨야 할 몫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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