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인천으로 육체 이동
여러모로 스트레스도 쌓이고 글도 잘 써지질 않았던 날이었다. 마침 늦은 밤 호성이와 은주가 인천에서 회를 먹자는 얘기에 고민할 틈 없이 부랴부랴 서울을 벗어나 인천 동네로 넘어갔다. 오랜만에 만난 은주는 얼굴에 살이 제법 올라 있었다. 호성이 만나면 머릿속이 시원해진다. 고민이 그리 무겁지도 않고 되도록 단순하게 살아간다. 얘길 할 적에 머릴 굴려대는 사람들과 달리 속이 복잡하지 않아 부담이 없다.
세상은 온갖 시비와 음모로 가득차 있는 베베꼬인 실타래 뭉치와 같고 어떤 가치에다 나를 저울질해도 무엇이 실리인지 규명하는 것이 모호하다, 라고 생각하며 사는 나는 너무 경직되어 있다. 날카롭게 벼린 칼과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이 날, 좀 더 마음에 평온을 얻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2
요즘엔 먹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다. 칼로리를 따지고 오늘 총 소비할 열량과 흡수할 열량을 계산한다. 하지만 식탐의 절제에 대한 집착이 강해질수록 되려 과잉흡수를 한다. 호성이가 그랬던가. 누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외로우면 많이 먹는대요." 그럴수도 있겠다. 부족한 애정(혹은 욕망)을 채우기 가장 쉬운 방법은 먹는 것이다. 좋은 몸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는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에서의 욕구충족 결핍을 폭식을 통해 해소하고 있다. 지금 글을 쓰는 건, 10월 3일인데 오늘도 마켓에서 찬거리를 사다 거하게 배를 채웠다. 배를 불리지 않고선 만족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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