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다시, 다시 추석
부쩍 혼자가 된 이번 추석을 맞이하기 전까지만 해도 난 보다 글을 쓰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리라 결심했다. 9월 말, 공모전 마감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나는 빠듯한 일정 사이에 틈을 내어 글을 쓰지 않고선 원고 속 빈 자리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추석 때엔 울산으로 돌아가지 않고 서울에 머물면서 글을 쓰리라 결심했다. 앞서 너무 여러 차례 병원을 오다녀야 했던 탓에 예상 밖의 지출로 금전 여유 또한 없던 것 또한 나를 울산으로 내려보낼 열차 속으로 떠밀지 못했던 탓이 있었다. 그래도, 마트에서 한 끼 먹을 정도의 오리고기 따윌 사고 된장찌개를 끓일 재료를 사서 나름 건강한 명절을 보낼 계획이었다.
추석 당일, 어떻게든 글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보고자 생각이 붕 떠 있는 나를 붙잡으려 밖을 나서 카페로 나섰다.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고 노트에다 따로 메모를 하고 다시 노트북에다 글을 쓰고 또 담배를 태우고.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혼자 있다는 사실 그리고 아버질 뵙지도 못하고 전화만 드리는 내가 한심해서, 어찌 되건 내려갔어야 했던 게 아닌가, 하고 추석 전 날 밤 계속 후회가 치밀었다. 그래서 저녁 즈음 카페를 빠져 나온 나는 집 앞에 늘 스쳐 지나가던 푸른 색 갓파천으로 만들어진 포장마차엘 들어갔다. 명태전과 부침개 등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연신 들이키고선 여기저기 전화를 하며 안부를 묻고 쓸데없는 소릴 해댔다. 아버지완 전화통화도 했지만, 정말 몇 차례씩 장문의 편지에 가까운 문자를 보내며 미안한 마음 그리고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식의 이야길 적어보냈다. 자리를 파한 뒤 집 앞에서 만난 프랑스 유학생들과 공동 부엌 앞 테이블에 모여 와인을 마시고선 태어나 두번째로 필름이 끊기기까지 했다. 그리곤 다음 날, 프랑스 유학생 중 한 명인 (내 방 바로 건너 살고 있는) 콘스탄스와 다음 날 서로 민망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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