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후기 녹턴 3곡 연습을 다시 시작하면서, 이 3곡으로 (물론 작곡 연대 순은 아니지만) 연결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 3곡의 부제를 (타이틀) 나름대로 만들어 보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늘 이 녹턴 3곡을 연습할 때, 아래에 쓴 각각의 곡의 감성을 마음 속에 지니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Nocturne, No. 19
"내 안의 깊은 슬픔과 울부짖음, 그리고 절망"입니다.
이 19번은 e-minor로 되어 있습니다. e-minor 라는 조성은, 첫 느낌이 날카롭습니다. 단조이지만 아주 맑디 맑습니다. 세 옥타브를 넘나드는 왼손의 깊은 저음 진행을 듣는 것, 아니 느껴 가며 치는 것 (순간 순간 변해 가는 화성 진행), 그러면서도 오른손의 멜로디 라인이 살아날 것, 등이 이곡에서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곡 전체의 느낌은 더 이상 어두울 수 없을 만치 무겁습니다. 이 곡에서 왼손은 곡의 처음 부터 끝까지 분산 화음을 써서, 철저하게 보조 역할인 화성 반주 만을 유지합니다. 이 곡은 연습할 때에도 매번 눈물이 솟는 곡입니다. 어떻게 해서, 어두우면서도 이렇게 맑을 수가 있을까요. 슬픔과 절망이 너무나도 깊고 깊어서, 더 이상 어찌해 볼 수 없을 만치 가라 앉아 있는 느낌을 주는 곡입니다.
Nocturne, No. 20
"추억을 되새김 - 회상" 입니다.
쇼팽의 녹턴들 중에서도 아주 많이 연주되는 유명한 곡입니다. 앞의 곡에서는 절망의 끝까지 갔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가면서 슬픔은 점점 옅어지고 마음은 정화되었습니다. 깊은 슬픔의 가장 밑바닥 까지 떨어져 보았다가 시간이 더 많이 흐르게 되면 비로소, 이 20번의 감성이 되는 겁니다. 더할 수 없이 고통스러움과 깊은 슬픔을, 이제는 추억하며 마음 속에는 어느덧 고요하고도 평온한 안식이 찾아 들었습니다. c#-minor 는 역시 맑은 느낌이지만, e-minor 보다는 조금 두꺼운 느낌을 주는 조성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맑은 곡입니다. 곡의 시작 부분 두 마디가 intro 전주 역할을 하는데, 두번 거의 똑같이 반복되는 짧은 프레이즈의 화성진행으로, 쇼팽은 연주자에게 앞으로 다가 올 곡의 내용을 이미 짐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약간의 루바토와 페르마타를 거쳐, 유명한 선율이 전개됩니다.
Nocturne No. 21
"가라 앉은 슬픔, 그 뒤의 안식" 입니다.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이 21번 녹턴을 중요시 여기지 않는데, 저는 연습을 하면서, 왜 쇼팽이 후기 녹턴들의 끝 곡인 이 21번의 조성을 c-minor 로 정했을까, 라는 의문을 가져 보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앞의 언젠가의 글에서, 제 생각에 c-minor 라는 조성은 12음계의 모든 장, 단조 중에서도 "근본이며 시작"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냥 제 본능적인 느낌입니다. 마지막 곡에 c-minor를 택했다는 게 중요합니다. 이것은 "최종적인 마음의 정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곡은 c-minor 라도 무겁지 않습니다. 그저 평온하게 가라 앉고 전혀 흔들림 없이 안정되어 있습니다. 앞의 20 번에서 슬픔을 추억을 회상하고, 그러면서 또 한 번 고통을 느꼈었는데, 이제 21번에서는, 슬픔은 가라 앉고, 마음 속엔 고통과 흔들림이 없는, 온전한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이 세 곡의 녹턴은 쇼팽 특유의 감성과 섬세함이 아주 잘 드러나 있습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요....bechstein
경아 누님은 어느새 베토벤을 거쳐 모차르트와의 지독한 시간을 견뎌내고 이제는 어느덧 쇼팽과 마주하고 있었다. 누님의 기록들 속에 얹힌 건반 위의 흔적들 읽어내는 것 자체가 누님 일상을 읽는 것. 이미 음악을 하는 것=사는 것, 숨쉬는 것 그 자체, 흑백 다방을 뼈와 살로 받아드린 육체는 다시 건반 위에 얹혀진 채 세월을 초월할 것만 같아 어떨 때엔 위태로움마저 느끼곤 했다.
오늘 퇴근 후엔 전화 한 통화 해야지.
'00월 00일을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 14일, [포토그래퍼 조선희 작가의 Z zine] (0) | 2011.06.30 |
---|---|
디자이너그룹 팝업스토어 리플렛 이슈1 (0) | 2011.06.28 |
6월 7일, [유르겐 텔러] (2) | 2011.06.28 |
6월 8일, [스트릿패션] (0) | 2011.06.27 |
6월 5일,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0) | 2011.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