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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shic Record

6월 2일, [극단 수레무대, 김태용 연출 선생님]


과거의 풍경
인터뷰가 수레무대의 길어진 회의 때문에 늦어져 취재를 나온 윤정씨와 나는 근처 초교와 문방구를 기웃거리며 어린 시절 추억거리를 얘기했다. 날이 서서히 뜨거워져 앉을 곳을 찼던 중 도로 건너의 커피와 샌드위치를 파는 작은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에서 우리는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시켜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옆자리 앉은 이들은 국내 연극판에 대한 비판을 주저리 늘어 놓고 있었다. 그 얘길 듣고 있자니 예전 극단 고도에서의 생활이 문득 머릿속에서 피어 올랐다. 결국 휴대폰을 손에 쥐고 오랜만에 연출 선생님에게 짧은 안부를 전했다.

수레무대 그리고 김태용 선생님
김태용 선생님을 처음 만났던 것이 그러니까 아마 2004년 여름, 경남 거제에서의 연극 페스티벌 때였을 것이다. 그때 나는 극단 고도의 단원이었고 한창 연극인으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을 시기였다. 각 극단 연출 선생님들이 모여 있는 술자리는 내게 전혀 다른 공간이었고, 나는 나보다 한 두해 위의 연극 선배들과 섞여 바닷가 앞에서 술을 마셨다. 그리고 저 술자리 틈에서 나도 잔을 기울이고 있을 미래를 그렸다.
군에 있을 동안, 나는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연극을 그만두어야 하나, 계속 해야만 하나. 입대 전 마지막 공연이자 첫 주연이었던 파랑새를 각색한 뮤지컬 무대를 끝으로 삼기엔 너무나 억울했다. 보다 더 완성시킬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그걸 내 인생 마지막 무대로 삼고 싶지는 않아,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전역 후 나는 다른 길을 택했다.

다시 몇 년이 더 지난 후 김태용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인터뷰이와 에디터의 관계로. 사실 선생님이 나를 기억할까 싶었다. 사실 그때 한 번 인사를 드리고 또 서울로 향하는 차에서 모습을 몇 번 드러낸 것 말고는 뚜렷하게 기억을 상기시킬 만큼 특별한 만남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야 선생님을 뵌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선생님은 어쩐지 낯이 익었다며 호탕하게 웃으셨다. 우리는 저녁을 함께 먹으며 극단 고도, 병철 선생님, 인희, 병배 선배의 이름을 꺼냈다. 내 눈에 서린 기운이 남다르다며 무어 각오가 단단해졌단 식의 말씀에 황망해진 마음을 추스리느라 부끄러웠다. 생님의 얘기를 듣는 동안 다시금 떠오르는 고도에서의 향수 그리고 연기를 하고 싶은 근질근질한 기운들을 참느라 힘이 들었다.
 
적용 가능한 지점, 교집합
"미래의 연기자들은 연기 플러스 그 무엇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입니다. 뮤지컬 대세가 이미 그것을 증명했지요. 연기와 노래 그리고 춤을 겸비한 연기자. 혹은 연기와 아크로바틱, 연기와 권투, 연기와 격투기, 연기와 펜싱, 연기와 발레 등등입니다. 연기와 요리도 한번 생각해볼 미래의 연기 양식입니다. 중요한 건 전문가의 수준이어야만 된다는 것이지요. 관객의 눈이 점점 까다로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연기 그 자체인데요. 타고난 재능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깊이 있는 해석을 무기로 삼지 않으면 또한 기회가 생기기 힘들 것입니다. 오디션의 경우가 점점 확장될 것이고 짧은 시간에 자신의 재능을 어필하려면 제시된 대사의 분석과 대본의 이해에서 판가름이 날 확률이 높습니다. 인문학과 친하면 참 좋은데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럴 경우 매니아 혹은 오타쿠가 되십시오. 어차피 활자의 습득 양과 뇌의 훈련에 달린 일이니까 관심있는 부문 두 세 개를 깊이 파서 분야마다 전문가의 수준이 된다면 뇌의 속도나 깊이가 남달라질 것입니다. 연기자는 몸만큼이나 뇌의 훈련 량을 게을리 가지면 안 되기 때문이지요."


어쩌면 연극 자체가 종합예술이기에 연극을 위한 에티튜드가 곧 예술에 대한 에티튜드를 의미하기도 하는 것 같다. 이건 다시 패션에서도 적용 가능한 시선이기도 하다.


몇 일 전 강토 씨의 인터뷰에서도 적용 가능한 다른 지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김태용 연출, 패션큐레이터 김홍기, 싱어송라이터 강토의 얘기들을 조합하면 또 다른 시선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셋 다 50대, 40대, 20대의 서로 다른 세대이지만 일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UNDER YOUR
UNDER YOUR INTERVIEW 기획은 크게 총 네 가지로 구분지었다. 패션, 아트디자인, 음악, 무대(공연) 쪽에서 종사하는 다양한 이들을 릴레이 형태로 인터뷰를 이어 나가는 것이다. 스케줄을 짜고 인터뷰 기사의 포맷을 정리 하는 데에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조금씩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
잡지 혹은 신문, 방송 등에서 접해지는 인터뷰는 보통 기자의 어떤 의도, 목적이 드러나게 마련인데 그건 인터뷰를 통해 인터뷰이의 이슈거리를 꺼내거나 혹은 매스컴에서의 성향에 맞게 다뤄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애당초 질문 자체를 만들지 않고 인터뷰이가 사람들에게 하고자 하는 주장, 생각들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신경을 쓰려 한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아무래도 내가 듣고 싶어하는 질문을 할 때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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