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고 싶다
기계 도면 설계를 하는 아버지 덕에 어린 시절부터 도면의 간결하고 철저하게 계산된 그림 아닌 그림들을 접했다. 한 번은 아홉 살 무렵이었던가, 아버지 친구 분이 잠시 집엘 들러 설계도를 테이블 위에 두고 아버지와 이런 저런 얘길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 틈새에 끼어 이 그림이 뭐냐고 묻자 아저씨는 내게 말했다. "아저씨가 살 집."
건축도면은 아름답다. 도면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세상을 내려다보는 신의 것과 닮은 듯하다. 각지고 네모진 2차원적 평면구조는 삼각형과 같은 도형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 플라톤의 미적 세계와도 닮았다.
한 동안 내 집을 갖고픈 욕심이 솟아나 이런 저런 집들을 찾아 어떤 공간이 내 마음에 드는지 살펴 보았는데, 내가 굉장히 미니멀하고 단순한 구조향태의 주거 공간을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일본 건축디자이너들 것이 참 마음에 닿았다. 작은 공간과 단순한 외벽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외창과 동선만으로도 오히려 편리한 공간을 만들어 낸 거다. 연신 누군가의 집이 되었을 그 도면을 보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어데 어설프게 지어진 공간으로 내 인생을 쑤셔 넣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인간을 닮은 공간을 지어 살고 싶다. 적어도 집이란 그런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불행이라면 불행일까. 우리 대부분 반성 없이 지어진 어설픈 서양건축양식을 흉내 낸 건물 틈틈이 박혀 비싼 전월세 부담에 눌려 살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나, 언제 꼭 서로 닮은 집을 예쁘게 지어 아름답게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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