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바쿠, 일본의 비틀린 에로티시즘에서 메타포를 읽다
Kinbaku by Nobuyoshi Araki (1979)
긴바쿠(きんばく, 緊縛)는 상대가 꼼짝못하도록 단단하게 묶는다는 뜻으로 이것은 로프로 묶다는 뜻의 영문 bondage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단어에는 가학적인 성적 판타지가 숨어있다.
일본은 전쟁이 만연했던 에도시대부터 유난히 포로가 많아 포로가 날뛰지 않게끔 포박하는 기술이 중요했다. 또 당시 형벌 중에는 죄인의 옷을 벗긴 뒤 포박을 하여 수치심을 주다 처형을 하는 처형 또한 있었다.
이후 점차 포승 기술이 발달하면서 내용이 매우 세분화 되어갔다. 죄인을 신분이나 성별, 연령의 차이에 따라 매듭이나 줄의 감기는 횟수 등을 다르게 차이를 주는 등 매우 구체적이고 세밀한 규칙이 존재했다. 이것은 움직임이나 과정에 있어서 꼼꼼한 일본인 특유의 습속(habitus)과 시대적 환경이 탄생시킨 필연적 기술 체계였다.
이것은 다시 메이지 유신 이후 가학적 성향의 섹슈얼리티가 풍기는 춘화들을 거쳐 이후 일본 특유의 성적 표현이 폭넓게 받아들여지게 됨과 동시에 섹슈얼 플레이의 일환으로 긴바쿠는 관련 업계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일본은 다시 세계 2차 대전 이후 1960년 경 저렴한 외설영화들이 영화업계를 주름잡게 되는데 이들은 다시 핑크무비(pink movie)라는 하나의 장르 영화로 자리 잡는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1986년 카타오카 슈지 감독의 S&M헌터(핑크영화제 4회 출품작)인데, 여기서 동성 연인이 여성들로 이뤄진 쾌락집단들에게 납치되면서 전설의 긴바쿠 능력을 지닌 남자가 그들과 싸우며 연인을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코믹과 섹슈얼리티가 적절히 섞여 있지만 결국 마냥 신나게 웃기도, 쾌락적 영상에 빠지기도 곤란하다. 왜냐면 전반적으로 긴바쿠라는 소재를 통해 연출된 장면과 장치 이면에는 남성권력중심의 사회 그리고 여성에 대한 폭력적 성향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사진계의 거장이라 불리어지는 아라키 노부요시는 1990년 그의 아내 요코를 세상에서 떠나보낸 뒤 무미건조한 도쿄의 모습 혹은 여성의 얽매이지 않은 자유와 표정들을 담아내던 그의 사진은 난폭해지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그의 사진전에서 긴바쿠에 의해 억압당한 여성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죽음과 맞닿아 있는 듯한 일관된 그의 사진들 속 모델은 표정을 잃은 채 금기시되는 터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에도 시대에서 발전한 긴바쿠가 그에 이르러 열린 신체와 이를 다시 재구속하는 포승줄에 의해 다시 상실과 죽음의 메타포를 끌어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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