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Interview
품질경영에 대한 기업신뢰
홍조원 ㈜대고 대표이사, 심은택 ㈜대고 전무이사
Lead : “품질경영에 대한 이념은 변함이 없다. 이것이 바로 신뢰이다.” 대고 홍조원 대표이사의 말이다. 현재 부부이자 공동경영인 홍조원 대표이사와 심은택 전무이사의 2세대 경영으로 뜨겁게 숨쉬고 있는 대고는 보다 새로워진 시스템을 제안하며 글로벌 청소업계 미래를 그려 나가고 있다.
Editor 박선우 Photographer 안욱환
청소용품에 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대고는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이하는 견실한 기업이다. 3M, 디버시(Diversey) 등 탄탄한 대형 기업들과 오랜 파트너로 손 잡고 있는 대고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미 세계에서 알아주는 글로벌 기업인 것. 한국과 중국에 이어 지난 2012년 12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방글라데시 공장을 구축해 총 3개국에 걸쳐있는 생산라인에서 출하된 제품들은 북미와 서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여러 글로벌 기업들을 통해 전세계에 공급되고 있다.
현재 2세대 대고를 새롭게 이끌어 나가고 있는 홍조원 대표이사는 보다 새로운 미래와 가치를 그리고 있다.
창립 35주년 ㈜대고의 시작
대고는 1980년 설립 당시, 청소용품을 개발해 수출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에서 청소용품을 만들어 팔고 산다는 행위가 익숙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가정주부들은 버려지는 수건이나 헝겊 등을 사용해 청소를 했다. 돈을 주고 청소용품을 구매하는 개념이 시작된 건 유럽이 처음이었다. 이들은 현재도 95% 이상을 유럽, 미국 등에 수출 하고 있다.
당시 설립자인 홍경작 회장은 단발성에 그치는 판매가 아닌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소통하는 거래로 출발했다. 가장 오래된 기업 고객은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34년 넘게 관계를 이어오고 있으며, 다른 기업 고객들 또한 보통 10여 년 넘게 신뢰를 바탕으로 손을 잡고 있다.
대고는 처음 회사가 시작될 당시 독일 청소용품회사가 만드는 까다로운 제품 기준을 모델로 삼아 자사의 제품을 공정했고, 일본 고객을 통해서도 품질에 대한 기준을 혹독하게 체득해 나가야 했다. 이에 대해 홍조원 대표이사는 말했다.
“사업 초기 홍경작 회장에게 20대 중반 나이의 젊은 일본인 바이어가 걸레를 집어 던져 수모를 겪은 적이 있었습니다. 품질에 대한 신뢰가 중요함을 일찍이 배운 거죠. 당시엔 창피한 상황이었지만 동시에 큰 교훈이 되었던 겁니다. 홍경작 회장은 그 일화를 곁들여 ‘제품이란 아주 작은 요소 하나 놓치지 않을 때 비로소 세계 정상에 내놓을 수 있는 품질이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지금의 대고가 성장하는 원동력에는 바로 이러한 품질경영에 대한 노력과 성실함이 단단하게 뿌리 내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고가 말하는 품질경영은 어디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까.
현재 대고는 아시아권에서 업계 내 유일하게 운용하는 R&D센터를 통해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바탕으로 제품을 출시한다. 어떤 투자를 하더라도 개발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홍조원 대표이사는 자사가 운용하는 R&D 센터의 가치를 자신 있게 내비쳤다. 텍스타일 제품이 주력인 이들은 사용이 가능한 횟수를 측정하고, 다양한 특정 온도와 화학 작용들을 실험해 청소 효과에 미치는 영향들을 엄격하게 거쳐 제품으로 출시한다.
또, 심은택 전무이사는 현재 극세사와 초극세사 등 화학사에 적용된 기술을 보강하는 연구가 한창이라고 말한다.
“항균(抗菌)처리 등을 가미해 박테리아가 성장하는 것을 저해시키고, 공정과정에 있어 친환경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 이 제품이 리싸이클링을 통해 환경 오염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또한 주요한 과제입니다. 우선은 일회용 제품 등에 적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모든 제품에 적용시키는 데에 1차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고의 노력을 통해 생산된 대고의 제품들은 대부분 제조업자 설계생산방식(ODM)으로 글로벌 기업에 납품된다. 주문자가 제품의 용처와 사용환경을 알려주면 대고는 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공급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3M이 처음으로 마이크로-화이버(초극세사, Micro-fiber) 제품을 출시할 때도 먼저 대고를 찾았다고 한다. 이렇게 3M과 거래를 지속한지도 어느 새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렇다면 전세계 업계에서 차지하는 대고의 위치는 어떨까.
수모 겪은 시작에서 미래를 만드는 기업으로
홍조원 대표이사가 입을 열었다.
“ISSA(ISSA Interclean, 세계 최대 규모의 청소업계 트레이드쇼)라는 전시가 매년 가을에 열립니다. 저희 회사가 개발한 신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된 기업고객들의 제품들이 여기서 매년 소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완벽한 제품을 선보이기 전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습니다. 과거엔 자사의 신기술을 모방한 제품들이 2~3년 후에 나타났지만, 요즘엔 그 속도가 빨라져 불과 6개월만 지나도 모방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홍조원 대표이사와 심은택 전무이사는 이번 전시 방문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신제품이 하나도 없던 것이었다. 이제는 이 업계가 대고를 통해 기술이 전파되고 있다는 걸 새삼 실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은택 전무이사가 말을 더했다.
“지난 ISSA 참석 당시 흥미로운 일화가 있습니다. 미국의 한 대기업이 우리 회사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관심을 가지는 제품이 있어 좋은 제품인지 아닌지 평가를 요청한 것이죠. 그래서 선별한 제품을 봤더니, ODM을 통해 자사가 바이어에게 납품한 제품이었습니다.”
당장의 이윤 창출보단 사원 안전이 곧 재산
텍스타일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대고는 노동집약적인 제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 초창기 인건비가 낮았던 중국에서 이십여 년간 공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중국은 더 이상 세계의 공장이 아닌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대고는 노동력과 가격이 안정적인 다른 나라를 찾아 추가로 공장을 확장할 필요가 있었다. 그게 1억 명 이상 인구가 밀집된 방글라데시였다. 처음 몇 달 간은 임대를 통해 공장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인구밀도 세계 1위에 달한 만큼 국토 면적이 좁아 건물 자체에 공장을 올려 사용하는 방식 등에서 안전상의 문제를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투자 부담이 있음에도 사원들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한 이들은 부지를 매입해 직접 공장을 지었다. 그리고 얼마 후 라나 플라자 붕괴사건이 일어났다(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다카 외곽 라나 플라자 붕괴로 천여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공장 임대 체제를 유지했다면 크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재 방글라데시에 세운 이 제3공장 덕분에 직원들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품질을 유지한다는 기업 고객들의 평가로 더욱 인정을 받고 있다. ㈜대고는 매년 성장 중인 주문량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 중국, 방글라데시에 이어 올해 제4공장을 하나 더 열 예정이다.
변화하는 미래를 읽다
변화된 고객들의 시장성을 빠르게 읽고 대응하는 신제품 개발 그리고 친환경적인 제품 개발, 전세계 실버 세대(노령화 인구 세대)를 포함한 청소용역 업체에 대해 향후 소모품과 하드웨어제품 판매뿐 아니라 교육과 프로그램을 동시에 구성한 풀 서비스(Full Service) 영역은 ㈜대고의 새로운 과제이다. 이러한 변화 이면에는 이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힘과 문화와 제품의 관계를 조명하는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시작은 품질경영과 신뢰입니다. 그건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세대와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예전에 좋았던 것이 지금도 좋을 수는 없죠. 문화에 대한 변화를 인식해야 함을 느꼈습니다. 다각적으로 변화하는 문화를 배우고 그 점을 기술과 제품에 반영해 녹여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러한 인식에 기반해 준비 중인 풀 서비스 시스템은 기존의 이원화된 방식을 벗어나 청소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일체화시켜 고객에게 제공하고 한발 더 나아가 단순히 사람을 사서 쓰는 개념이 아닌 제대로 교육 받은 사람들이 청소를 할 수 있도록 제시한다. 심은택 전무이사는 아시아권 고객들에게 시스템화시킨 풀 서비스가 필요함을 말했다.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스템이 한국에 없습니다. 청소는 단순히 닦는 게 아닙니다. 미국이나 유럽 쪽은 이런 상황들이 모두 시스템화 되어 있습니다. 교육이 필요합니다. 유럽을 기초해 우선은 가까운 일본 방식을 접목한 시스템을 완성할 것입니다.”
홍조원 대표이사는 이어 마지막으로 말했다.
“품질경영에 대한 이념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뢰입니다. 어렵게 만들어 온 공든 탑을 2세대인 우리가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으로 서는 것이 제 꿈입니다. 꿈을 세우면 이뤄집니다. 항상 혼자 결정하시고 판단하셔야 했던 홍경작 회장의 자리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지금 이 자리에 서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저는 심은택 전무이사가 제 남편이자 좋은 사업파트너로 함께 있습니다. 그래서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함께 상의하고 논의할 수 있어 굉장히 큰 힘이 됩니다.”
지난 2011년 홍경작 회장은 대고를 세계시장으로 끌어올린 뒤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지금 대고는 품질경영과 신뢰로 여물은 홍조원 대표이사와 심은택 전무이사의 꿈을 더해 더욱 뜨거운 심장을 달궈내고 있다.
Editor 박선우
CEO& January 2014 Vol.52 Sports &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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