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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shic Record

HEOHWAN SIMULATION, HEOHWAN

 

디자이너 허환은 동명의 브랜드 HEOHWAN SIMULATION 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서울 컬렉션을 시작으로 런던 컬렉션을 통해 이미 네 차례의 컬렉션을 전개하고 있다. 철학 그리고 인문학을 바탕으로 브랜드의 기둥을 단단하게 뿌리 내린 그의 작업 방향과 태도는 현재 획일화된 스타일과 트랜드에 염증을 느끼고 새로운 옷 읽기를 원하는 일부 대중과 디자이너들에게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단서가 될 것이다.

패션, 인문학의 뿌리를 새기다

한국에서 인문학 계열 학과를 전공한 허환 디자이너는 군 제대 이후 패션에 대한 열망이 강해져 결국 의상학을 복수 전공하게 된다.졸업 후 한국의 패션기업에서 디자이너로 3년 가량 일을 하다 세인트 마틴 (Central Saint Martins College of Art And Design) 에 진학하게 된다. 여성복을 디자인 해 오던 그는 당시 남성복으로 전환해 공부를 시작하게 되지만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Royale College of Art ; 이하 RCA) 에서 진행한 졸업쇼를 보고 난 후 RCA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점차 커지게 된다.

“RCA에서 기회가 닿아 인터뷰를 보았다. 학교에서 장학금 제도와 관련한 좋은 제안을 하여 결국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처음엔 학비가 비싸니 장학금으로 한 학기만 다녀보고 세인트마틴으로 돌아와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RCA가 너무 마음에 들어 온전히 옮기게 되었다.”

허환 디자이너는 처음 런던에서 스튜디오를 진행해보려 했으나 여건이 쉽지 않아 도서관에서 다양한 서적을 탐닉하게 된다. 그는 2년 동안 브랜드 철학의 근간이 되는 뿌리를 다지게 된다. 그에게 그 과정은 문화가 가진 역사와 현재의 현상에 대한 비평적인 작업들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질 수 있을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시간이었다.

예로 1920년대부터1990년대까지의 모든 보그 사진들을 수집하였다. 현재 브랜드가 전개하는 매 시즌 1920년대에서 90년대 사이의 역사를 끄집어내서 (보그 등의 잡지를 통해) 동시대 패션 현상의 아이디어와 접목을 시키는 비평 컬렉션을 작업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누군가를 비평한다는 의미보다는 나 스스로 공부를 하는 프로젝트 개념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난 시대를 다시 리서칭하고 고민하는 것.2010년부터 현재까지 그렇게 브랜드를 이끌어가고 있다.”

HEOHWAN, 한국 시선의 변화

한국에서는 사실 HEOHWAN SIMULATION이라는 브랜드가 낯설다. 단지 경력의 문제뿐만은 아니다. 이런 배경엔 컬렉션쇼와 비즈니스를 해외무대를 중점으로 하는 까닭이 클 것이다. 이렇게 해외시장에 집중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과 해외 바이어의 시선 차이에서 먼저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판매율부터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고 말한다. 해외는 다소 강하고 무게감 있는 의상들이 나가는 반면 국내는 기본적인 디자인을 주로 찾는다는 것이다.

해외바이어들은 기본적인 디자인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옷을 바잉하는데 굳이 좋은 브랜드를 두고 신인디자이너들에게 사려 하지 않는 까닭이다. 그래서 국내와 해외 세일즈를 진행할 때 즈음이면 기획 잡기가 어렵다. 아예 국내시장을 포기하고 해외에만 오더베이스로 세일즈를 진행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시장을 온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아무튼 같은 컬렉션을 진행하고 기획을 각자 다르게 잡는 것에 있어 쉽지 않은 부분인 걸 사실이다.

한국은 현재 전반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과도기라 생각한다. 한국패션에 대한 해외 인식이 좋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POT나 기타 에이전시 등이 국내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페어도 생기고 잘 하는 디자이너들도 꾸준히 활동 하고 있다. 변화는 분명 일어나고 있다.”

십 년 아카이브

해외쪽 블로거나 매체가 국내보다 더 많이 허환을 다룬다. 1968년 프랑스 시대적 정치와 관련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인문학에 기초한 패션, 읽을 수 있는 패션이 만들어 진다는 건 상당히 흥미롭다. 그러한 과정을 십 년 계획을 통해 전개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브랜드 방향성을 크리티컬 프로젝트를 통해 증명하고자 한다. 20번의 계획으로,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동시대 디자이너의 시각을 전달하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십 년이라는 아카이브를 쌓는다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선 디자이너에게 있어 십 년 이상을 버텨 왔다는 것만으로도 그 역량에 대해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시작할 당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우선 어찌 되든 십 년이라도 꼭 견뎌 보자. (웃음) 현재 네 차례의 컬렉션을 거쳤고 이제 열 여섯 번이 남았다.”

시뮬레이션, 시뮬라시옹

디매거진은 문득 궁금해졌다. 허환 디자이너는 소비자들이 이러한 비평 또는 인문학에 기초한 패션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비춰졌으면 좋겠는지 말이다. 그는 여기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브랜드 이름이 허환 시뮬레이션(HEOHWAN SIMULATION)인데 본래 시물라시옹으로 읽혀지기를 원한다. 브랜드 네임에 대해 알아보시는 분은 지금까지 건축가 한 분 정도 있었다.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바와 같이 한 레이블의 가치가 실재(존재)하는 가치보다 드러나지 않는 쌓인 가치로 인해 드러나는 것. 내 레이블 또한 그런 의미로 다가섰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마케팅 측면에서 접근한 부분도 있다. (프랑스 철학가 장 보드리야르가 제시한 이론으로 실재가 파생실재로 전환되는 작업이 시뮬라시옹Simulation이고 모든 실재의 인위적인 대체물을 시뮬라크르Simulacra라고 부른다)

만약 같은 모양의 티셔츠가 여러 개 있다고 상상해보자. 각자 마틴 마르지엘라,H&M 등등 다양한 브랜드로 나뉜다. 하지만 같은 퀄리티의 문제가 아닌 브랜드가 쌓은 가치를 느끼고 선택하게 될 것이다. 물적 가치뿐 아니라 미학적 요소에 쌓인 가치를 더해 높여주고 그것이 바로 소비로 결정되는 것 말이다.”

EDITORIALS IN 68

이번 컬렉션은 Editorials in 68’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진행되었다. 사회혼란과 전쟁, 무엇보다 그 중심에는 프랑스의 5월혁명이 있었다. 사회가 이렇게 격변하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도대체 패션 현장에선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런 공통점을 찾으려 했다. 1968년 당시 패션과 관련된 모든 서적 및 잡지를 다 찾아 나섰다. 그렇게 두 관계에 대해서 분석해보고자 했다. 하지만 특별하게 두 관계에 있어 특별하게 작용하는 요소는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 혁명의 이미지를 다시 당시 의상에 드러나는 실루엣과 디테일에 겹쳐 시도했다. 사회적인 아이디어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접근했던 부분이었다. 컬렉션 피스 중 일부는 혁명 당시의 사진들을 중첩시킨 이미지를 콜라주 하기도 했고 잡지들의 편집방향을 밸벳 패치워크 등으로 많이 보여주는가 하면 코쿤(co-coon)적인 실루엣 안에 이러한 아이디어를 적용하기도 했다.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업보단 부드럽게 스며드는 작업들을 전개해야 한다.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 좀 더 노력하고 공부하는 중이다.”





2013 SPRING, SUMMER
Photographer Christopher Dadey

독일 영화 그리고 나오미 클라인의 단서

허환 디자이너에게 좋아하는 영화나 서적에 대해 질문하자, 파스빈더(Rainer Werner Fassbinder : 1946~1982, 독일영화사의 전설적 인물로 [카첼마허], [저주의 신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외 다수의 작품을 만들었다), 빔 벤데르스(Wim Wenders : 1945년 출생으로 젊은 시절에는 의학, 철학, 미술을 공부했다. 대표작으로는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등이 있다) 등의 독일 영화감독들을 말했다. 파스 빈더의 인물을 관망하며 비판하는 시선 그리고 철학과 의학 그리고 미술을 거치며 다양한 선택의 기로와 사유를 오갔던 빔 벤데르스의 행적들에 허환 디자이너의 현재를 조명하는 단서처럼 느껴진다.

인문학 서적 또한 꾸준히 읽는다는 그는 컬렉션에 곧장 영향을 끼치는 책이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컬렉션의 경우, 나오미 클라인의 책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 책에는 나이키, 루이비통과 같은 거대기업 브랜드에 관한 내용들이 담겨 있는데 특히 나이키의 경우 동남아 어린이들이 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운동화를 꿰매는 일화 등이 있다. 그런데 그 실상 너머에서 비춰지는, 사람들을 현혹하는 이미지만을 보면 또 내 레이블이 추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데에 대한 비판적인 요소들을 작업한 것이 세 번째 컬렉션이었다. 나는 당시 20세기 초반에 사라져 간 브랜드들을 다뤘다. 이 뒤에 감춰져 있는 노동자들에 대해서 말이다. 폴 푸와레 등과 같은 이들 뒷면에 어린 노동자들의 이미지들을 프린팅 해 작업을 전개했다.”




2012 SPRING, SUMMER

2013년의 계획들

HEOHWAN SIMULATION은 현재 영국 PR 쪽 에이전시를 사용 중에 있지만 세일즈 에이전시가 여태 없었던 탓에 올 해 4월 계약을 추가로 진행하였다. 이러한 결정들은 보다 세계적인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함이다. 컬렉션 또한 꾸준하게 준비 중에 있는데 서울에서도 조만간 컬렉션을 진행하고자 한다. 9월에 전개할 2014년 봄여름 컬렉션 또한 현재 소재와 기획 등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