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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shic Record

12회 송은미술대상 최 선 작가

 

 가쁜 숨 (검은-) 2011 LED 전구 위에 피

 최선 흰 그림(돼지의 회화) 2012 종이 위에 돼지 기름 300x225cm
: 종이 위에 사용된 돼지 기름은 한 마리에서 추출될 수 있는 양만큼 사용하였는데 관객이 많아질수록 공간 기온이 높아져 표면의 기름이 영향을 받아 그림 전면이 투명하게 변화한다

 흰 그림 2012 , 20129월 경상북도 구미 봉산리 대기에서 채취한 불화수소산90x160cm

12회 송은미술대상 수상자 최선 작가

All artworks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최선 작가는 대학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스무 살 무렵이었던 92년 당시 문을 그려오라는 과제에 물감을 타지 않고 켄트지 위에 물로만 문을 그렸다. 마르고 난 뒤 켄트지 위에 남은 흔적은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작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선배와 교수들 사이의 논쟁을 끝으로, 그는 그렇게 첫 대학을 한 달 만에 자퇴했다. 의심과 고민 없이 맹목적으로 받아들인 서구적 평면성에 대한 이론을 받아들일 수 없던 탓이었다.

두 번째 대학에서도 여전히 그의 교수들이 말하는 평면성 원리(가령, 로젠버그와 그린버그의 평면성에 대한 담론들) 에 대해 그는 고민에 빠졌고 그러한 고민과 해답을 졸업과 함께 시작한 첫 개인전에서 풀어내었다. 커다란 흰 천에 파란 물감을 반죽하듯 입혀 걸어두는 걸로 말이다.

 

현재에 살고 있는 내가 왜 그 이론(미국적 모더니즘 이론)에 대해 납득을 해야 하고 또, 그것만이 추상인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당시 첫 개인전을 통해) 정말 실재적인 평면회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 첫 개인전은 그에게 일종의 거대한 프로젝트인 셈이었다. 그는 주변 동료들과 당대 유명교수들에게 그의 그림을 받아들이고 납득할 수 있도록 보여주고자 했다.

무엇보다 대학 시절 이미 그는 학과생들로부터 그림을 동냥하러 다녔는데, 타인이 그린 그림을 받은 뒤 전면을 끌로 거칠게 벗겨내어 실재했던 형태의 흔적을 상실케 만든 Naked Painting 은 당시 학내에서 충격적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선은 그 도발적 발상으로 인해 2004년 첫 개인전 때부터 화제를 낳은 바 있다. 기성품인 다른 작가의 회화작품을 벗겨 '삭제'해내는 당시 그의 작업은, 제도적 예술의 물신화, 미술사적 아우라를 탈 신비화시키는 전형적인 '재현비판적, 해체적 작업'이었다. 이번 송은미술대상전에 그는 돼지기름으로 그려 온도에 따라 변하는 가변적 회화, 피를 바른 전구가 빛을 내는 <가쁜 숨(검은 방)>,누출된 불산 가스에 노출시킨 회화 등, 우리의 상상적 믿음의 체계가 사물의 실재성에 의해 전복되는 전략의 작업을 전시했다.”                          - 송은아트스페이스

 

추상표현주의 대가 잭슨 폴록은 이런 말을 남겼다. “작품이 아무리 추상적이더라도, 그것이 벽에 걸려 있는 한 우리는 거기서 모종의 환영을 보게 된다. 따라서 작품이 환영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즉 저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을 연상시키지 않으려면, 스스로 사물이 되어야 한다.” 구상을 포기했던 그가 말년에 다시 구상으로 들어선 것은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최선의 작품들은 형태만 보았을 때 어떠한 환영조차 볼 수 없다그렇게 그의 시선이 끌어낸 불온한 세계는 가장 완성에 가까운 추상 속에 가득 채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