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년엔 유독 카모플라쥬(camouflage)가 패션계를 강타했다. 카모플라쥬는 본래 프랑스어로 기만, 눈속임, 위장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인데 군부대에서 적군의 식별을 속이기 위해 자연환경 - 가령 사막이나 숲 속 따위 - 에 녹아들 수 있도록 디자인 된 군용패턴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밀리터리 패션은 소수층을 위한 작은 시장에 불과했다. 2 년 남짓한 군생활을 준비해야 하거나 전역을 한 한국 남성들에게 밀리터리 복장을 한 남녀는 정말 불쾌한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2012 년 이전부터 아시아, 유럽 계통의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카모플라쥬 패턴을 활용한 의상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의무징병을 해왔던 한국에서, 군대를 연상하는 카모플라쥬가 남성 대중들에게 어필하게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밀리터리 혹은 카모플라주 패턴을 입힌 패션 아이템은 트렌디를 반영하는 매력적인 소품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나는 한 패션잡지 칼럼에 이러한 카모플라쥬 사랑에 대한 경고를 시사한 바가 있었다. 유독 한국 패셔니스타들은 몰아치는 트랜드 파도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어 그러한 시선에서 그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데도 남들 하니까, 나도 그게 좋아. 라는 식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나는 사실 그러한 부분이 가장 걱정이 되었다.
한국은 태생적으로 문화적 계통을 상실한 채 산업 과도기에 곧장 들어섰다. 때문에 지난 오랜 역사의 전통과 문화를 되돌아보고 보전할 틈 없이 성장할 수 밖에 없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이 있었고, 새마을운동이 있었다. 산업화 물결이 지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정보화 사회가 온 세계를 뒤덮었다. 그도 잠시, 현재는 어떠한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가.
자기반성과 계통을 향한 보전을 상실한 국가는 서글프다. 물론, 카모플라쥬 그 나름의 멋이 있고 매력이 있다. 하지만 그 일련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유행에 많은 기성디자이너들과 신인디자이너들이 마지 못해 카모플라쥬 패턴 하나씩을 자신의 디자인에 새기는 모습과, 이를 소비하는 이들의 모습이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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