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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shic Record

: 3 [통증]

  현재 내가 패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글쎄, 잘 모르겠다. 2013 년을 끌어 당기는 11 월 끝 무렵에 내가 책상엘 앉아 이 글을 쓰기 전까지 한 동안 머릿 속을 흔들었던 지난 4 년 간의 패션디자이너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는 패션 자체의 매력에 끌렸기보단 패션의 한 귀퉁에서 몸부림 치고 진통을 겪는 그들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던 것이 아닌가.

  나는 소위 말하는 디자이너 선생님(기성디자이너)과는 인연이 그리 많지 않았다. 어느 정도 성장통을 거쳐 현재는 유명세를 떨치게 된 디자이너 최 모 씨와 고 모 씨 등에 대해선 짧게나마 인연이 있었으나 막상 다가선 뒤론 실망만 겪었다. 팝아티스트 강영민 분은 "아티스트의 인격과 작품 사이의 관계는 따로 두고 보아야 한다." 고 했다. 대학 시절, 문학강의 때 한 교수 분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문학에 있어 텍스트와 작가 사이의 관계를 가지고 보느냐, 버리고 보느냐에 따라 문학 그 자체의 정의가 바뀐다. 자네는 그럼 이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그 질문은 사실 모든 창작자들에게 통할 수 있으리라 본다. (혹여 오해할 수 있어 미리 밝히지만, 나는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분명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

  나는 통증을 견뎌내며 자신의 패션디자인을 해나가는 젊은 디자이너들 틈에 끼어 그들이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현장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헌데 그 통증이란 것에 왜 나는 사로잡혔나. 어쩌면 보다 더 어린 시절 내가 몇 해 동안 사로잡혀 달려 들었던 지방의 한 극단에서 공연을 만들어 나갔던 스탭들과 배우들로부터 느끼고 체험한 통증과 닮았기 때문이었을까. 사실 여지껏 바라 보았던 디자이너, 아티스트는 자본시장의 중심에 서고 싶어 했다. 결국 무엇이 되었건 먹고 사는 것이 중요했다. 그들은 학자금 융자와 대출, 전월세와 생활비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제작비가 늘 필요하다. 또 앞으로 결혼도 해야할 것이고 아이가 생기면 양육비도 필요하다. 그들 나름의 세계에서 그들이 앞서 이뤄논 일들이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알려 지기도 해야한다. 참 해야할 것들이 많다.

  부산에서 약 일 년 가까운 시기에 갓 졸업을 한 친구들과 패션 브랜드를 십 여 개 런칭하고 이를 바잉하고 알릴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다.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쏟았지만 애당초 시장구조부터 새롭게 열어야 했던 우리의 얼굴엔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지고 있었다. 결국 서울로 올라와 비슷한 기획을 한 다른 회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다른 디자이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이미 여기엔 일을 해나갈 수 있는 구조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수도권에서의 그들 통증은 여전했다. 당시 (현재 매스미디어는 그 이전보단 많이 부드러워지고 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매스미디어는 그들을 소외시했고, 불합리하게 대우했다. 기성디자이너들 중 일부는 그들을 향한 에디터들의 비평 기사에 날카로웠다. 나는 그저 그러한 모든 현장들에 눈빛만 매서워질 뿐이었다.

  얼마 전엔 롯데백화점 창원점에서 열린 디자이너브랜드 팝업스토어에 이틀 간 일을 도왔다. 한 번은 백화점 담당자가 디자이너에게 볼멘소리를 하기에 내가 먼저 화가 나 "저기요. 나 좀 봅시다!" 하고 큰소리 치며 다가가 한 판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젊은 패션디자이너들이 온전히 그들이 좋은 활동과 결과를 보여준다면 시장과 매스미디어가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이들이 좋은 대우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또, 모든 이들이 좋은 사람일 수도 없다. 다만 그들 모두의 결과들에 대해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와 비평이 이뤄진다면 대중들 또한 보다 폭넓은 시장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론 디자이너의 통증 그 자체가 미래를 밝힐 수 고통이 아닌 투명하고 긍정적인 세계를 향한 아픔이 되기를 바래본다.



1. La Mer Ma Maison , 2010 SS Leaflet


출처 :
1. La Mer Ma Maison , 2010 SS Leaflet (http://lamermamaiso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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