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construction)
신사동 골목 한 어귀에 자리 잡은 건물 지하 갤러리 SYNN에서 4월 5-8일까지 GEAR3 BY SAEN(이하 GEAR3)의 전시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되었다. 갤러리 SYNN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비욘드 클로젯Beyond closet 의 작업장이자 쇼룸이었다. 뭐랄까. 지난 컬렉션 테마였던 무빙워크Moving work에서의 늬앙스와 비슷한 늬앙스가 느껴져 흥미로웠다. 아무튼 그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탓이었을까. 갤러리라기보단 GEAR3 BY SAEN의 작업공방을 고스란히 담아온(무빙워크한)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GEAR3의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인 박미선 분은 지난 시즌 컬렉션 2012ss를 통해 아티스트 백두리 분과 함께 GEAR3 MEET PROJECT라는 타이틀을 통해 첫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조진희 분과 함께 진행한 이번 협업 또한 GEAR3 MEET PROJECT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된 프레젠테이션 전시인 셈이다.(하지만 이번엔 협업을 통해 완성된 그래픽을 패턴화된 제품으로 만나볼 수 없어 아쉬웠다)
변신
이번 컬렉션에서도 지난 시즌들에서 이어지는 '구조적 디자인'이 핵심이었다. 건축물 또는 기계장치의 외피와 같은 복잡하게 연결되는 수학적 패턴이 적용된 제품들은 접거나 버튼을 떼거나 붙임으로 인해 토트백에서 백팩으로 혹은 백팩에서 여행가방으로 변형되는 일종의 트렌스포밍(tranceformin)이 가능한 형태들이다. 그 때문인지 실제 변신이 불가능한 제품들조차 또 무언가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의심을 사게 된다.
가치에 대한 증명
전시장 속 설치물들과 프로젝터 영상을 통해 디자이너 박미선 분은 제품을 만드는 과정과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다.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 소비의 과정은 완성된 제품을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출발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소비하는 프로덕트의 출발지점에 대한 이해와 과정을 아는 것은 애정과 관심에 대한 표현이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도 스스로 과정 자체에 대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컬렉션 제품에 대해 사랑과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는 증거이다. STEP1에서 4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으로 한 브랜드의 프로덕트를 설명하진 못한다. 이 결과물에 대한 판매와 마케팅 등에 대한 진행, 아이디어, 전략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디자이너가 거쳐야 할 산은 가파르기만 하다. 마지막에 이르는 거대한 시그니처 토트백은 GEAR3가 담고 있는 가치에 대한 디자이너의 본인의 물리적 환상일 것이다.
2012년, 박원순 시장의 당선 이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서울패션센터가 폐쇄되었다. (비리 문제가 불거진 이유라 하였지만, 속내는 정치 세력 간의 힘겨루기 탓이라 본다) 때문에 다가오는 서울패션위크의 주최 여부가 불투명해 프레젠테이션 및 페어를 준비하려던 디자이너들 또한 방향을 잡지 못해 어수선한 시기였다. 때문에 GEAR 3 BY SAEN의 경우 소문이 무성하던 2012년 늦겨울, 패션쇼를 통한 프레젠테이션이 아닌 갤러리에서의 전시를 기획하기로 결심을 하게 된 것. 모쪼록 정치 사정에 의한 흔들림 없이 견고한 패션계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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