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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shic Record

SYNOPSIS 2012-2013 FW


 

IDENTITY (subtitle : diet)

의도적인 절제란 단순히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단어는 아니다. 부족함 없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들이 껴안고 있는 diet(의도적 절제)에 대해 숙고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디자이너 제갈 신

 

 

여성의 신체가 가장 아름다운 이유는 곡선 탓이다. 봉긋한 젖가슴과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려는 듯 찰지게 오른 엉덩이 위로 흐르는 등허리 곡선에는 수학적 미감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화가 베첼리오 티치아노(vecellio Tiziano)가 그렸던 비너스의 풍만하게 내려앉은 자태 속에서 둥글게 여문 신체가 이를 증명한다.

달고 값진 음식을 차지하는 것은 언제나 상류층의 몫이었다. 풍만한 신체는 권력과 재력을 소유한 이들의 증거였고 마르고 늘씬한 신체는 금욕과 절제의 상징이자 고통 받는 노동자 혹은 배고픈 인도자의 증거였다.

 

디자이너 제갈 신이 얘기하는 것처럼 현대의 한국은 분명 부족함이 없는 사회이다. 물질적 풍요와 수요 속에서 최소한의 신체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정신적 풍요는 어떤가.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의 젊은 남성들은 금욕과 절제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대량생산에 의한 과잉적 물질의 풍요는 저소득 소비계층에게조차 최소한의 자비를 베풀고 있어 더 이상 부풀어오른 신체는 상류층에 대한 증거가 아니게 되었다. 매스미디어와 무수한 컨텐츠에 의해 노출된 소수상위계층에 대한 이미지는 보다 날카롭고 지적이며 강인해졌으며 절제와 품위의 세계로 나아간다. 아니다. 우리는 이렇게 판단해선 안 된다. 정치, 소비에서의 권력층에 대한 환상이 아니다. 이미지 그 자체가 지닌 소수권력층에 대한 새로운 미감이 작동하고 만 것이다. 패션지에서 제공되는 연예인과 모델들은 남녀 불문하고 점차 말라가고 있으며 기성복은 점차 매스미디어에서 요구하는 신체에 알맞게 작아져만 간다.

 

제갈 신의 지난 컬렉션 2011 FW 컬렉션에서 DIET라는 테마를 가지고 의상 자체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의 지방질이 표피에 자리잡은 것처럼 보였다. 불필요한 지방질의 손쉬운 탈부착은 마치 위험한 중독성을 지닌 다이어트 약품과 무리한 식단조절 그리고 운동에 의해 재빠르게 다이어트를 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함축적인 이미지를 제시했다.

 

2012-2013FW의 새로운 synopsis의 테마는 지난 테마 DIET의 연장선상에 있다. 보다 실험적이었던 컬렉션에서 보다 웨어러블하게 변모한 IDENTITY[DIET] 컬렉션 라인은 제갈 신의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 남성들에 대한 의도적 절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새롭게 문을 열고 있다.

 

 

l  Synopsis의 첫 컬렉션 피스들은 오는 4 2일부터 시작되는 서울패션위크의 패션페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www.synopsi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