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군, 문화적 폭력에 대항
대기업의 문화적 횡포에 상처 받는 창작자 그리고 소비자가 생겨나고 있다.
대중음악을 팝뮤직과 나란히 보기도 한다. 195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레코드 음반시장이 활성화 되었던 미국과 영국은 1960년 이후 대두된 락 음악과 함께 그 영향력이 전 세계로 나아갔다. 사실 대중음악이라 함은 순수음악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통속적 음악이다. 쉽게 흥얼거릴 수 있으며 상업적이다. 소위 유행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인디밴드라 불리어지는 마이너들 또한 이러한 대중음악의 계보를 물려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자본이 투자되는 마케팅이나 기획적 운영적 측면 그리고 아이돌 그룹 등에서의 음악들이 결정적으로 쉽게 소화(소비)할 수 있도록 "맞춤 제작"이 된다는 점에서 크게 차이가 있겠다.
인디밴드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팬층을 기대한다. 또, 자신들의 음악을 통해 성공하길 바란다. 그렇지만 동시에 메이저 음악을 거부하는 이중적 모순에 놓여 있다. 그러니까 기업 논리에 부딪히지 않는 선에서 그들의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인정받고 활동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보통 상업에는 매체를 통한 홍보, 마케팅 유행 전략 등을 따르게 마련이다. 철저하게 계산되고 그에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고선 많은 소비를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여기에 변화가 생겼다.
온라인 네트워크가 점차 발달되고 인위적인 매체 홍보에 민감해진 한국 대중들은 점차 남과 똑같은 것을 소비하고 향유하기 보단 많이 알려지지 않고 개성 강한 마이너 리그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그러니 해피로봇, 파스텔 뮤직과 같은 인디밴드를 중심으로 한 음반기획사의 무게가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인디락밴드들의 성지였던 국내 인디음악 중심의 페스티벌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CJ E&M은 지산 락 페스티벌, 뷰티풀민트라이프, 글로벌개더링 등을 인수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큰 기업에서 인디밴드들의 가능성을 보았고 그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돌려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막대한 홍보 비용 그리고 국내외 유명 뮤지션 개런티에 쏟아진 자본 뒤 남은 찌꺼기만 그들에게 돌아갈 뿐이었다. 제법 홍대에서 잔뼈가 굵은 인디밴드 및 신인 밴드들이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오디션을 보았지만 비주얼이 약하거나 색깔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공연 스케일이 작은 이들은 가차없이 내쫓거나 공연 한 차례에 10만원 가량의 공연 비용을 지불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었다.
행사장을 찾은 손님들에게도 푸대접은 마찬가지였다. 티켓 가격은 매년 올라가지만 행사 편의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지산 락페스티벌 입구 주차장 관리요원들은 사람들과 싸우거나 소릴 지르는 일이 다반사였고 지난 해 경우, 셔틀 버스를 여러 대 구비하여 운행을 늘리겠다던 당초 약속과 달라져 배차 간격이 길어지기도 했다. 음식물 반입은 금지인데, 인근 식당이나 음식, 주류들을 판매하는 부스에선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을 제시한다. 그리고 KT, 제일모직 등 공연과 연관성 없는 홍보 부스가 캠핑존과 스테이지 사이를 불편하게 채워져 있었다.
1969년 우드스탁을 개최한 장본인 아티 콘펠드(Artie Kornfeld)는 2010년 10월 1일 우드스탁 코리아 개최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4년 다시 열렸던 우드스탁. 그것은 페스티벌이 아니었다. 대형 기획사를 끼고 우드스탁의 이미지만 소비하는 상업 콘서트에 불과했다.”
이번 10월 1일, 올림픽홀 뮤즈라이브에서 열렸던 파스텔뮤직 소속의 YAYA의 공연은 그래서 의미가 남달랐다. 화려한 기계적 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중적인 팝적 요소가 있지도 않았다. 공연 전반 최소한의 도움으로 직접 무대를 꾸미고 홍보까지 해 나간 YAYA는, 음울하고 기괴하며 상처를 긁어내는 굿판을 보는 기분이었지만 이들을 찾은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앞에서 함께 뛰어 놀았다. 그 모습은 대중음악을 휘두르는 기업들의 문화적 횡포에 저항하는 작은 저항군이 밀집되어 것과 닮아 있었다.
보다 다양한 뮤지션이 활동하고 있고 그들의 색깔을 뚜렷하게 맛볼 수 있는 공연들은 대중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자신의 가슴을 누구보다 잘 두드릴 수 있는 뮤지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음악은 이제, 단순히 통속적 음악이 아닌, 각자의 개인들이 서로 소통하고 어울릴 수 있는 음악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곳곳에서, 우리 스스로를, 다양한 음악들을 입맛대로 포장하고 짓밟으려는 이들로부터 지키자. 저항해야만 한다.
Editor's Note.
본래 독립 패션 디자이너와 인디 밴드, 레이블 등의 상황과 비교해가며 얘길 해보고 싶었는데 다음 기회에 별도로 다뤄보고자 한다. (길면 잘 안 읽을 것 같아서 말이지.) 그나저나 이번 글은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이데올로기 선전글처럼 썼네.
Columnist PAK SUN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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