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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지구 밖으로"

UNDRESSER 2011. 8. 31. 17:48


지구 밖으로
사실 살면서 하루 중에 하늘을 그리 올려다보지 않은 날은 없었다. 혼자 밖에서 담배를 필 적 시선이 그닥 닿을 곳이 없었으니까. 고개를 자주 떨구면 패배자라느니, 보기 좋지 않다는 얘기를 언젠가 들은 후부터는 유독 신경이 쓰이기도 했던 것 같다. 한번은 이런 생각도 들었다. 오히려 세상을 군림하는 지배자는 늘 높은 곳에서 아래를 쳐다보니 고개 숙인 자가 되려 당당하고, 고개를 하늘로 치켜드는 자는 아직 보다 더 높이 올라야 할 욕망의 언덕이 있으니 언제나 목마르고 부족하리라는 식으로 말이다. 결국 위아래 나누는 건 수직적 계급주의에 물든 사람의 몫이니 의미가 없단 생각도 했다.

하늘 너머엔 우주가 있다, 라는 말은 부정확하겠지. 우주 속에 이미 지구가 포함되어 있으니까. 결국 "하늘 속으로" 라던가 "하늘 너머" 라는 표현은 굉장히 초현실적일지도 모른다. 달과 지구 사이를 서울에서 부산 가는 KTX 열차 티켓을 끊듯이 쉽게 오다니는 때가 오면 그런 표현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지구 밖으로 달아나면 조금은 숨통이 트일까, 싶기도 했다. 삼청동 골목 어귀에 발을 묶여버린 나는 한참 하늘과 건물 구조물들 사이에 걸린 풍경들을 바라보았다. 세상의 단면, 사람의 것과 아닌 것 사이의 거리가 애틋하게 느껴져서 다들 그저 원하는대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몸속에서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나는 우주의 모든 자연과 섭리 그리고 인간과 사랑을 했다. 그 순간, 내 속의 무언가가 지구 밖으로 영원히 달아나버렸다. 안녕, 별이 되거든 나를 바라봐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