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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 "낙서하다"

UNDRESSER 2011. 8. 7. 23:46


낙서의 의미
낙서를 영어로 scribble이라 하는데 여기에서의 사전적 의미는 그림을 휘갈기는 것보단 글을 함부로 혹은 제멋대로 "쓴다"는 의미에 가깝다. 하지만 낙서(落書), 한자어 떨어질 락(落) 자에 글 서(書) 자가 들어가는데 현 사전적 의미에선 장난으로 아무 곳에나 함부로 쓴 글이나 그림 등을 의미한다.
이집트의 신성문자나 중국의 한자의 기원이 된 (한나라 이전의) 갑골문자 등 고대의 상형문자를 또 영문으로 Pictograph라 하는데 이는 picture와 graph의 합성어이다. 현재까지도 표의문자를 벗어나지 않은 중국에 비해 이집트 문자는 표음문자로 발전하였다. 이집트 문자는 이후 알파뱃의 기원이 된다.
이문열의 소설 금시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거 동양으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글을 쓰는 것(서예)에 대해 사람들은 그림과 글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예술적 행위로 보았다. 되려, 현대사회에서 디자인의 발전과 더불어 타이포그라피가 텍스트의 경계를 뛰어 넘어 이미지로서 기능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과거로 돌아간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지극히 나의 근거 없는 주관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 말이다)

낙서하다
낙서란 것은 글과 그림 따위를 멋대로 휘갈기는 것이다. 그러니 그림을 멋대로 그리는 나는 낙서쟁이다. 나는 중학 시절부터 낙서를 즐겨 했다. 이해도 제대로 되지 않는 수학공식 빼곡히 채워넣은 공책 한 켠 빈틈이 보인다 싶으면 결코 가만히 두는 법이 없었다. 글자 끄트머리 따라 어느새 새가 되기도 하고 사람이 되기도 하면 또 나뭇잎이나 또 그 밖의 기이한 모양의 생물체가 되기도 했다. 사실 어디엔가 있는 그대로를 묘사하여 그리는 것보단 손이 가는대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 내는 것이 훨씬 즐거웠다. 복잡하고 기이한 모양의 생물체에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 어쩌면 무언가를 그리는 것은 어떤 또 다른 것의 존재를 탄생시키고 인생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속에 있던 외로움이 나를 나누어 공책 한 켠을 채우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