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월 00일을 기록

7월 23일, "이사 그리고 나"

UNDRESSER 2011. 7. 24. 21:52


LIE, 오픈파티

LIE, 홍대정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신진디자이너 편집매장이다. 앞서 한 달 여 간 가오픈을 한 탓에 이미 몇 차례 다녀왔었다. LMMM이 계약을 위해 박보라 대표와 만날 적 처음 들렸었는데, 패션인사이트에서 올 해 새로 오픈한 편집매장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통해 처음 이름을 알았다.
23일은 이곳의 오픈파티였고 DMAG에서 소개를 하기 위해 취재차 들려야 했다. DJ 부스, 핑거푸드와 술을 준비하고 당일 전제품 2-30% 세일을 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골목임에도 지인들과 소문을 듣고 찾아 온 이들로 북적였다.

스페이스키부츠의 스텔라 씨는, 자벌레 때와 마찬가지로 기운 넘치는 에너지로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지난 주에 만나 면식은 있지만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기억하질 못해 재차 내게 물어보았는데, 에디터라고 간단히 말하고 나서- 일러스트랑 글도 쓴다는 얘길 덧붙였다. 나는 무어 그리 욕심이 많은지.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을 배워야 하는데, 가르쳐 달라고 말했다. 서로 붙들고 공부할(?) 시간이 만들어질 지 알 수 없었지만, 약속을 해버렸다.

이웅호 그리고 정호진 씨
웅호가 몇 달 전부터 계속 얘길 하던 정호진 씨. 현재 프랑스 에르메스에서 모델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첫 인상은, 무척 좋았다. 나이에 비해 원숙한 느낌이었다. 술자리에서 이런 저런 얘길 나누었는데, 처음 보는 이에게 허세의 끝을 보여 주었다. 옆에서 선희는 내가 말을 조금만 더 아끼면 무척 매력 있을 것이라고 긔띔했다. 크큭, 하지만 집안 내력인 것 같은데 어쩌나.
3년 3개월만에 한국을 찾은 그는 추어탕과 김밥천국의 김밥을 먹고 싶다했고 조만간 추어탕집을 가자고 약속했다.

웅호와는 작년 겨울 이후론 올 해 처음 다시 만난 날이었다. 전화론 무어 굉장히 비밀스러운 이야기, 고민거리, 슬픈 것들 많이도 나누었는데 막상 우린 만나고선 패션 이야기 따윌 늘어놓다 새벽엔 다른 일행과 모두 헤어지곤 홍대 명월관엘 들어가 해가 뜰 때까지 음악에 파묻혀 있었다.
서울까지 와선 되려 저가 나를 챙기기 바빴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 조만간 내가 울산엘 내려가 맛있는 언양고기 사먹여야지. 꼭.

승권 형 그리고 이시현
시현이가 내 블로그에 자기 이름을 이선이라고 적었다고 얘기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아마 승권형이 시현이를 "이션~, 이션." 하고 부르는 걸 내가 기억하고선 무의식 중에 그리 적었나보다, 음흐흐.
승권 형을 LIE 오픈파티에 초댈 했는데 형에게 새로 나온 명함을 건내 주고선 나는 그들로부터 사라져 버렸다. 나는, 형은 시현이가 같이 있으니 괜찮겠지, 생각하며 곧장 장소를 옮겼다. 걸려오던 전화와 문자들이 쌓이다보니 형에게 다시 기별을 주는 것도 잊었다.(죄송합니다..)

근래엔 친구를 만나면 늘 고민거리나 문제들을 펼쳐 놓고선 탁상공론을 하거나 나라가 썩었니 어쩌니 하는 얘기들로 시간을 채우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또, 그 밖의 사람들과는 일 얘기를 하거나 인터뷰 때엔 상대방의 말을 끌어오는데 집중하느라 신경이 곤두서있는 기분이다. 그래서일까. 다들 좋지만, 뭐랄까. 전투 중인 친구들(?)이 많다보니(나를 포함하여) 승권 형과 시현이를 만날 적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사 그리고 나
낮에 선희와 유바(별명 밖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가 이사를 하는 것을 도와준 뒤로 갑작스레 하루종일 밀려드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스트레스를 쌓이게 했다.
나는, 몇 번인가 친구들에게 얘길 한 적이 있는데 사람 만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는 기분이다. 마음이 맞는 누군가와 단 둘이 서로에게 의지해 세상을 여행하며 살아간다면, 그때엔 보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대화보다는 듣거나 지켜보는 쪽이 더 잘 맞는 내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입을 열게 되면서부터, 내 입술이 가벼워지는만큼 내가 느끼는 만남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져만 간다.
한때, 그러니까 중고교 시절 별 말이 없던 때에 나를 기억하거나 인상적으로 느꼈다고 얘기하던 동창이 몇 있었는데 정작 나는 그 동창들에 대한 인상이나 기억이 남아있질 않았다. 대화의 단절은, 외로움만 남는다. 과유불급, 적당한 것이 좋다.